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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와 미디어플래너, 일정 조율의 악몽

디자이너와 미디어플래너, 일정 조율의 악몽

오전 10시, 슬랙 폭탄 출근하자마자 슬랙 DM 7개. 광고주 김팀장: "소재 금요일까지 가능할까요?" 디자이너 수진님: "이번 주는 불가능해요." 미디어플래너 준호님: "세팅은 언제 들어오나요?" 화요일 아침이다. 금요일까지 3일. 커피 마시기 전에 이미 머리 아프다.광고주는 "빨리"를 입에 달고 산다. 디자이너는 "시간이 필요해요"가 주특기다. 미디어플래너는 "소재 먼저 주세요"만 반복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줄다리기한다. AE의 일상이다. 디자이너의 시간표 수진님 책상으로 갔다. "수진님, 금요일까지 가능할까요?" "지금 손에 있는 게 4건이에요." "..." "월요일 오전이면 드릴게요." 월요일 오전. 광고주는 금요일이래. "금요일 오후 6시는요?" "5시까지는 드릴게요." 협상 타결.디자이너한테 무리한 일정 부탁하는 거 미안하다. 진짜로. 수진님은 밤 11시까지 남아서 작업한다. 나도 안다. 근데 광고주는 모른다. "AE님이 일정 관리를 해주셔야죠." 내가 뭘 어떻게 관리해. 시간을 만들어낼 순 없다. 미디어플래너의 논리 준호님한테 갔다. "금요일 5시에 소재 들어가면, 세팅 언제 가능하세요?" "월요일 라이브 목표시면, 금요일엔 받아야 해요." "5시요." "...주말에 검수해야겠네요." 또 미안하다.미디어플래너는 세팅 시간이 필요하다. 소재 들어오면 사이즈별로 올리고, 타겟 설정하고, 예산 배분하고. 최소 반나절. 금요일 5시 소재 받으면 월요일 오전 라이브는 빡빡하다. "주말에 제가 할게요." 준호님이 말했다. 고맙다. 진짜 고맙다. 근데 이게 매번이다. 광고주는 모른다 광고주 김팀장한테 전화했다. "금요일 오후 5시에 소재 드리고, 월요일 오전 라이브 목표로 갈게요." "금요일 오전은 안 되나요?" "디자이너 일정상 5시가 최선입니다." "그럼 일요일 밤에 라이브 안 되나요? 월요일 오전은 늦어요." 일요일 밤. 디자이너는 금요일까지 작업. 미디어플래너는 주말 세팅. 나는 일요일 밤 검수. "검토해볼게요." 끊었다. 광고주는 광고가 뚝딱 나온다고 생각한다. 소재 기획 2일. 디자인 3일. 피드백 수정 1일. 세팅 반나절. 검수 2시간. 최소 일주일. 근데 광고주는 "이번 주 안으로"를 달고 산다. 내부 회의, 다시 수진님, 준호님 불러서 회의했다. "일요일 밤 라이브 가능할까요?" "..." "..." 둘 다 말이 없다. "제가 일요일에 사무실 나올게요. 검수는 제가 하고, 준호님은 세팅만 부탁드려요." 준호님이 고개 끄덕였다. "수진님, 금요일 5시 꼭 부탁드려요." "최선을 다할게요." 최선을 다한다는 건, 금요일 밤샐 수도 있다는 뜻이다. 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왔다. 슬랙에 수진님 메시지. "고생 많으시네요. 화이팅이에요." 울 것 같다. 금요일 오후 5시 30분 수진님이 소재 슬랙에 올렸다. 30분 늦었다. 근데 괜찮다. 파일 다운받아서 확인했다. 배너 6종. 영상 3종. 퀄리티 좋다. 역시 수진님. 광고주한테 전송했다. "소재 전달드립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30분 뒤 답장. "CTA 버튼 색상 변경 가능할까요?" ... "네, 확인하겠습니다." 수진님한테 DM 보냈다. "퇴근하셨나요...?" "아직이요. 뭐 필요하세요?" CTA 버튼 색상 수정 요청 전달했다. "20분 드릴게요." 금요일 저녁 6시. 수진님은 원래 6시 퇴근이다. 일요일 오후 2시, 사무실 사무실 나왔다. 아무도 없다. 컴퓨터 켰다. 소재 최종본 확인했다. 준호님한테 전달했다. "세팅 시작할게요." 나는 커피 내려 마시면서 대시보드 켰다. 경쟁사 광고 돌아가는 거 체크했다. 오후 4시쯤 준호님 도착했다. "시작할게요." "고생하십니다." 준호님은 이어폰 끼고 세팅 들어갔다. 나는 리포트 작업했다. 일요일 오후. 둘이서 사무실. 에이전시 일상이다. 일요일 밤 10시, 라이브 "라이브 완료했습니다." 준호님 메시지. 대시보드 확인했다. 광고 정상 노출. 예산 소진 시작. "고생하셨어요. 내일 아침 출근 늦게 하세요." "괜찮아요. 정상 출근할게요." 광고주한테 메시지 보냈다. "라이브 완료되었습니다." 답장은 다음날 오전에 왔다.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우리가 했다. 월요일 오전, 출근 수진님이랑 준호님 출근했다. "주말 고생하셨어요." 준호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 캠페인 일정은 언제예요?" 아. 다음 캠페인. 광고주 이팀장이 어제 메시지 보냈다. "신규 캠페인 이번 주 금요일 라이브 가능할까요?" 오늘이 월요일. 금요일까지 4일. "회의 잡을게요." 슬랙 열었다. 또 시작이다. AE의 숙명 일정 조율이 AE 업무의 60%다. 광고주 설득 20%. 내부 팀 조율 40%. 나머지 40%가 실제 기획이고 전략이다. 근데 광고주는 일정 조율을 '일'로 안 친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당연하다. 근데 쉽지 않다. 디자이너는 창작 시간이 필요하다. 미디어플래너는 세팅 시간이 필요하다. 광고주는 빠른 결과가 필요하다. 다 맞는 말이다. 근데 시간은 하나다. 그 시간을 쪼개서 맞추는 게 AE 일이다. 이번 주도 화요일 오전. 광고주 3개. 진행 캠페인 5개. 신규 캠페인 2개. 디자이너 2명. 미디어플래너 2명. 일정표 펼쳤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12개. 데드라인이다. 슬랙 열었다. "이번 주 일정 공유드립니다." 메시지 보냈다. 답장 기다린다. 또 조율이 시작된다.금요일까지 4일. 소재 3일. 세팅 하루. 시간은 모자란다. 매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