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과가 나왔다, 슬랙에 캡처 공유하는 그 쾌감

좋은 성과가 나왔다, 슬랙에 캡처 공유하는 그 쾌감

아침 10시, ROAS 278%

출근해서 대시보드 켰다. ROAS 278%. 눈 비볐다. 다시 봤다. 278%.

어제 밤 11시까지 광고 소재 10개 교체했다. CPA가 계속 올라가서 광고주한테 뭐라고 말할지 고민하다가 소재 문제일 거 같아서 디자이너한테 급하게 부탁했다. “내일 아침까지만요” 했더니 한숨 쉬면서 해줬다.

그게 먹혔다.

전환수 어제 대비 340%. 클릭률 2.8%에서 4.1%로. CPA는 32,000원에서 19,000원으로.

손 떨렸다. 캡처했다. 슬랙 열었다.

슬랙에 올리는 순간

“오늘 아침 성과 공유드립니다🔥”

캡처 세 장 올렸다. 대시보드, 전환 그래프, 소재별 성과.

3초 만에 이모지 달렸다. 👍 🔥 💯

대표님이 제일 먼저. “굿!!”

그 다음 팀장. “오 이거 뭐 했어요?”

디자이너. “헐 대박”

미디어플래너. “이 소재였구나”

다른 AE들도 축하 이모지 줬다. 다들 자기 일로 바쁜데도.

이 순간이 좋다.

광고주 보고

오전 11시에 광고주한테 카톡 보냈다.

“안녕하세요, 어제 소재 교체 후 성과 급상승했습니다. ROAS 278% 찍었어요!”

캡처 두 장 첨부. 1분 만에 답장.

“오 좋네요!! 이 소재 예산 더 태워주세요”

“네 바로 반영하겠습니다👌”

이런 대화가 얼마나 오랜만인지. 보통은 “CPA 왜 올랐어요?”, “경쟁사는 더 잘 나온대요”, “예산 대비 효율 안 나오는데요” 이런 거였다.

지난주만 해도 광고주 담당자가 “다른 에이전시 검토 중이에요”라고 했다. 그때 진짜 속 쓰렸다. 밤새 대안 찾았다. 소재 전략 바꾸고, 타겟 조정하고, 입찰가 최적화하고.

그게 오늘 결과로 나왔다.

팀 회의에서

오후 3시 주간 회의.

팀장이 말했다. “이번 주 베스트는 OO님 캠페인이죠. 공유 좀 해주세요.”

내 차례 왔다.

“저번주에 CPA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요. 소재가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기존에는 제품 나열형이었는데, 혜택 강조형으로 바꿨어요. 디자이너님이 밤늦게까지 도와주셔서 가능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손 흔들었다. “아니에요~”

“그리고 타겟도 좁혔습니다. 25-34세 여성, 관심사 뷰티+패션 조합으로. 예산은 같은데 효율이 3배 올랐어요.”

팀장이 고개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 케이스 전사 공유하죠.”

대표님이 말했다. “보너스 건 따로 얘기합시다.”

이럴 때 에이전시 다니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한테 감사 인사

회의 끝나고 디자이너한테 갔다.

“어제 급하게 부탁드려서 죄송했어요. 덕분에 대박 났습니다.”

“아 다행이다. 사실 어제 9시까지 다른 작업 있었는데 급하다길래…”

“저녁 제가 살게요. 언제 편하세요?”

“이번 주 금요일?”

“오케이. 제가 예약할게요.”

협업이 잘 되는 디자이너 한 명 있으면 AE 일이 반은 쉬워진다. 진짜다. 광고주 요구사항 이해하고, 빠르게 작업해주고, 피드백 받아서 수정도 잘 해주고.

에이전시에서 디자이너랑 사이 좋으면 살아남는다.

왜 이 순간이 중요한가

성과 좋을 때 슬랙에 공유하는 게 단순히 자랑이 아니다.

이게 에너지다. 팀 전체의.

우리 일은 숫자로 증명된다. ROAS, CPA, CTR, CVR. 이게 안 나오면 다 헛수고다. 광고주는 과정 안 본다. 결과만 본다.

그래서 좋은 성과 나오면 공유해야 한다. 팀원들한테 “우리 잘하고 있다”는 신호. 특히 야근 많이 하는 시즌에는 이런 게 버팀목이다.

지난달에 다른 AE가 캠페인 망쳤다. 광고주가 계약 해지했다. 그때 분위기 정말 안 좋았다. 다들 조용했다. 회의 때도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명이 좋은 성과 공유했다. 슬랙에 올렸다. 분위기가 조금씩 풀렸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느낌.

성과 공유는 팀 사기 관리다.

혼자 일하는 게 아니다

AE는 광고주 창구지만 실제로는 팀플레이다.

미디어플래너가 매체 최적화 해준다. 디자이너가 소재 만들어준다. 개발자가 전환 트래킹 심어준다. 팀장이 광고주 협상 도와준다.

내 이름으로 보고하지만 결과는 다 같이 만든 거다.

그래서 성과 나오면 공유하고 감사 표현해야 한다. “디자이너님 덕분에”, “플래너님이 매체 잘 잡아주셔서” 이런 멘트.

이게 쌓이면 다음에 급할 때 도움 받기 쉽다. 협업은 관계다.

광고주 신뢰 쌓기

오늘 같은 성과가 나오면 광고주 신뢰가 확 올라간다.

지금까지는 “이 에이전시 괜찮나?” 싶었을 거다. 성과 안 나오고, 리포트만 길고, 변명 같은 해석만 많고.

근데 한 번 확실하게 터지면 달라진다. “역시 이 에이전시 실력 있네” 이렇게 된다.

그 다음부턴 일하기 편하다. 예산 더 달라고 하면 받아준다. 새 캠페인 제안하면 들어준다. 실수해도 이해해준다.

신뢰는 한 번에 안 쌓인다.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한 계단 올라가는 느낌이다.

저녁 8시, 퇴근길

오늘은 일찍 나왔다. 8시.

지하철에서 슬랙 다시 봤다. 아침에 올린 글에 이모지 30개 달렸다. 댓글도 몇 개 더 있었다.

“축하합니다!” “다음 주도 파이팅!” “저도 열심히 해야겠네요”

웃음 나왔다.

이래서 에이전시를 못 떠난다. 성과 나왔을 때 이 에너지. 팀원들이랑 나누는 이 순간.

물론 내일 모레면 또 CPA 올라갈 수도 있다. 광고주가 예산 줄이자고 할 수도 있다. 새 캠페인 기획하느라 야근할 수도 있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이 있으니까 버틴다.

집 가서 맥주 한 캔 마셔야겠다. 오늘은 내가 나한테 축하해줄 거다.


오늘은 내 날이었다. 내일은 또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