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가 원하는 성과,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광고주가 원하는 성과,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오늘도 불가능한 미팅

“CPA를 반으로 줄여주세요. 예산은 그대로요.”

광고주 마케팅 팀장이 말했다. 화면 너머로 진지한 얼굴이었다. 나는 3초 정도 멈췄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게… 현재 입찰 단가가…”

말을 시작했는데 벌써 변명처럼 들렸다. 광고주는 내 말을 자르고 말했다.

“경쟁사는 되던데요? A사는 CPA가 우리보다 낮다고 하던데.”

나는 노트북 화면을 봤다. 지난 3개월 데이터가 떠 있었다. CPA는 이미 업계 평균보다 낮았다. 더 낮추려면 예산을 늘려서 머신러닝 최적화를 돌리거나, 타겟을 넓혀서 전환 단가가 낮은 구간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예산은 그대로. 타겟은 더 좁혀달라고 했다. 지난주에.

“경쟁사 상황은 저희랑 다를 수 있어서…”

또 변명이 됐다. 광고주는 한숨을 쉬었다.

“다음 주 보고 때 개선안 가져와주세요.”

미팅이 끝났다. 나는 화면을 껐다. 옆자리 동기가 물었다.

“또 불가능 미팅?”

“응.”

“말했어? 안 된다고?”

“못 했지.”

불가능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

5년 차 AE다. 아직도 ‘불가능’이란 단어를 꺼내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광고주는 내 말을 안 믿는다.

“안 돼요”라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정해져 있다.

“다른 에이전시는 된다던데요?” “노력이 부족한 거 아니에요?” “그럼 우리가 예산을 왜 쓰는 거죠?”

그래서 AE들은 다른 말을 쓴다.

“도전적인 목표네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일단 테스트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게 직역하면 전부 “불가능합니다”다. 광고주도 안다. 우리도 안다. 그런데 다들 이 게임을 한다.

왜냐면 “불가능”이란 말을 하는 순간, 관계가 틀어지기 때문이다.

작년에 한 번 해봤다. 광고주가 요구한 ROAS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 업종 특성상, 전환 주기상, 예산 규모상 절대 안 나오는 숫자였다.

나는 데이터를 준비했다. 업계 벤치마크, 경쟁사 사례, 우리 과거 데이터.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현재 시장 상황에서 이 ROAS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광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달, 우리는 그 광고주를 잃었다. 경쟁 에이전시가 “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 에이전시가 그 ROAS를 달성했을까? 아니다. 3개월 후에 그 광고주는 다시 에이전시를 바꿨다. 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배웠다. ‘불가능’은 맞는 말이지만, 쓸모없는 말이라는 걸.

기술적 한계와 기대의 괴리

메타 광고는 머신러닝으로 돌아간다. 최적화 알고리즘이 전환 가능성 높은 사람에게 광고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작동하려면 조건이 있다.

7일간 최소 50개 전환. 예산은 목표 CPA의 5배 이상. 타겟은 너무 좁지 않게.

이건 메타가 정한 거다. 나도, 우리 에이전시도 정한 게 아니다.

그런데 광고주는 이렇게 말한다.

“예산은 하루 5만원. CPA는 1만원 이하로. 타겟은 25-29세 서울 거주 여성, 관심사는 A, B, C 한정.”

계산해봤다. 하루 5명 전환이어야 한다. 25-29세 서울 여성 중에서 관심사 A, B, C를 모두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도달 가능 규모를 봤다. 12만명.

12만명 중에서 하루 5명이 전환해야 한다. 전환율 0.004%.

불가능하지는 않다. 기적이 일어나면 된다.

“타겟을 조금 넓히면 머신러닝이 더 잘 작동할 수 있습니다.”

광고주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고객은 정확히 이 타겟이에요. 다른 사람한테 광고비 쓰고 싶지 않아요.”

맞는 말이다. 광고비는 광고주 돈이다.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런데 메타 알고리즘은 광고주 의견을 듣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만 본다. 데이터가 부족하면 최적화가 안 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머신러닝 최적화가… 데이터 축적이… 학습 기간이…”

말하다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광고주는 더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되는 거예요, 안 되는 거예요?”

나는 대답했다.

“일단 돌려보겠습니다.”

대화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하나

불가능하다고 말해야 할 때가 온다. 그 순간을 피하면 더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된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연히 목표를 못 맞췄다. 2주 후 보고 미팅.

“CPA가 목표의 2배예요. 왜 이래요?”

이제 설명이 더 어렵다. 2주 전에 말했어야 했는데, 안 했으니까.

“타겟이 좁아서 최적화가…”

“그럼 왜 처음부터 말 안 했어요?”

할 말이 없다.

나는 동기들한테 물었다. 너희는 어떻게 하냐고.

다들 비슷했다. 일단 돌린다. 안 되면 그때 설명한다. 그러다 광고주를 잃거나, 계속 스트레스받거나.

한 선배가 말했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되, 대안을 주면 돼.”

“대안이 없으면요?”

“그럼 차선책이라도.”

“차선책도 거부하면요?”

“그럼 일단 해. 그리고 데이터로 증명해.”

결국 답은 없다. 상황마다 다르다.

그런데 한 가지는 배웠다. ‘불가능’이란 단어를 쓰지 말고, ‘제약’이란 단어를 쓰는 거.

“이건 안 됩니다” 대신 “현재 이런 제약이 있습니다.”

“불가능합니다” 대신 “이 조건에서는 A가 제약이고, B를 조정하면 가능성이 생깁니다.”

말이 길어지지만, 듣는 사람은 덜 거부감을 느낀다. 조금.

어제의 대화

어제 또 미팅이 있었다. 새 광고주. 첫 미팅.

마케팅 담당자가 목표를 말했다. ROAS 800%. 경쟁사는 된다고 한다.

나는 3초 멈췄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었다.

“업종 벤치마크 자료 보여드려도 될까요?”

자료를 공유했다. 같은 업종 평균 ROAS는 300-400%였다.

“경쟁사가 800%라고 하셨는데, 측정 방식을 여쭤봐도 될까요?”

광고주가 말했다. 경쟁사는 GA4 기준이라고 들었다고.

“저희는 광고 플랫폼 기준으로 측정합니다. GA4는 어트리뷰션 윈도우가 달라서 보통 20-30% 높게 나옵니다. 혹시 경쟁사 대시보드를 보신 적 있으세요?”

없다고 했다. 들은 얘기라고 했다.

“일단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3개월 데이터를 보면서 조정하는 게 어떨까요? 800%를 목표로 하되, 1차 목표는 업계 평균인 400%로 두고요.”

광고주가 물었다.

“그럼 800%는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나는 대답했다.

“현재 시장 데이터상으로는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가능성을 열어두되, 현실적 1차 목표와 병행하면 좋겠습니다.”

광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단 시작해보죠.”

미팅이 끝났다.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3개월 후에 알겠지.

그래도 오늘은 ‘불가능’이란 말을 안 하면서도, 현실을 말했다. 조금.

불가능을 말하는 기술

5년 차가 되니까 조금 알 것 같다.

‘불가능’은 맞는 말이지만, 관계를 끊는 말이다.

광고주는 가능성을 사는 거다. 에이전시는 가능성을 파는 거다.

‘불가능’은 그 거래를 깬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말을 찾는다.

“도전적이지만 해보겠습니다.” “A안은 제약이 있고, B안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1차 목표와 최종 목표를 나눠서 진행하면 어떨까요.”

이게 거짓말일까? 아니다.

정말로 해본다. 최선을 다한다. 데이터를 보고 조정한다.

다만 광고주가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다는 걸, 돌려서 말하는 거다.

그리고 정말로 불가능하면, 그때 데이터로 보여준다.

“3개월 돌렸습니다. 이게 한계입니다. 이유는 A, B, C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안 됩니다”라고 하면 안 믿는다. 해보고 나서 “안 됐습니다”라고 하면 믿는다.

비효율적이다. 3개월을 돌려야 아는 걸, 처음부터 알 수 있는데.

그런데 이게 현실이다.

나는 동기한테 물었다. 너는 언제 ‘불가능’이란 말을 하냐고.

“광고주가 물어볼 때.”

“물어보기 전에는?”

“안 해. 물어봐도 안 할 때 많아.”

“그럼 언제 해?”

“관계가 끊어져도 상관없을 때.”

맞는 말이다.

오늘의 숙제

오늘도 숙제가 남았다.

다음 주 광고주 미팅. CPA 절반으로 낮추는 개선안.

불가능하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나는 자료를 만들 거다.

A안: 예산 증액으로 학습 데이터 확보 B안: 타겟 확대로 최적화 풀 확대 C안: 크리에이티브 대량 테스트로 CTR 개선

셋 다 CPA를 절반으로 낮추지는 못한다. 10-20% 개선이 현실적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하면서 데이터를 쌓으면, 3개월 후에는 말할 수 있다.

“이게 한계입니다.”

그때는 광고주도 믿는다.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비효율적이다. 처음부터 말하면 3개월을 아낄 수 있는데.

그런데 이게 AE의 일이다.

불가능을 말하지 않으면서, 불가능을 증명하는 일.


7시 반이다. 퇴근까지 30분. 개선안 자료는 반쯤 만들었다. 내일 마저 해야지. 오늘은 8시에 나간다. 야근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