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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 03 Dec, 2025
월요일 아침 9시 30분, 금요일 리포트를 본 순간 기분 나빠지는 이유
월요일 9시 30분 출근했다. 커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주말 잘 쉬었다. 기분 괜찮았다. 모니터 켰다. 슬랙 알림 37개. 일단 무시. 구글 애널리틱스부터 열었다. 금요일 리포트. 자동으로 떠 있다. 주말 동안 쌓인 데이터. CPA 목표 15,000원. 실제 23,400원. 아, 망했다.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ROAS 목표 450%. 금요일 데이터 287%. 주말 캠페인 예산 소진율 98%. 그런데 전환은 목표 대비 64%. 계산기 두드렸다. 광고비 650만원 썼다. 매출 1,870만원 나왔다. 나쁘지 않다고? 아니다. 광고주 목표는 3,000만원이었다. 월요일 11시 미팅 있다. "지난주 성과 공유드리겠습니다" 뭐라고 설명하지.금요일의 나는 낙관적이었다 금요일 저녁 6시. 캠페인 돌렸다. 세팅 완벽했다. 타겟 정확했다. 소재 괜찮았다. "주말 전환 잘 나올 거야" 동료한테 말했다. "이번엔 좀 되는 것 같아" 금요일의 나는 멍청했다. 주말 광고비는 평일의 70% 썼다. 그런데 전환은 40%밖에 안 나왔다. 토요일은 그나마 나았다. 일요일이 문제였다. 일요일 CPA 31,200원. 목표의 두 배. 왜 일요일은 항상 이럴까. 사람들 쇼핑 안 하나. 아니면 우리 광고가 문제인가.11시 미팅 준비 PPT 켰다. 템플릿 열었다. 매주 쓰는 거. "지난주 캠페인 성과 리포트" 첫 페이지에 뭘 써야 하나. 좋은 소식부터? 없다. 나쁜 소식 먼저? 더 우울하다. "주요 지표 요약"으로 시작했다.광고비 집행: 650만원 (목표 대비 98%) ROAS: 287% (목표 450% 대비 64% 달성) CPA: 23,400원 (목표 15,000원 대비 156%)빨간색 화살표 세 개. 다 아래로 향한다. "개선 방향"을 써야 한다. 매번 쓴다. 매번 똑같다.타겟 세분화 재검토 소재 A/B 테스트 강화 입찰 전략 조정이번 주도 이걸 쓸 거다. 다음 주도 쓸 것 같다. 광고주는 이해 못 한다 광고주 담당자 생각했다. 마케팅팀 과장님. "CPA가 왜 이렇게 올랐어요?" 설명할 거다. 주말 경쟁 강도 높아졌다고. 입찰가 올려야 노출된다고. 소재 피로도 쌓였다고. 들어줄까. "예산은 그대로인데 성과는 왜 안 나와요?" 이 질문이 제일 답 없다. 예산 그대로면 성과도 그대로다. 아니면 더 떨어진다. 시장은 계속 경쟁 심해진다. "다른 에이전시는 ROAS 500% 나온댔는데요" 이 말 나오면 끝이다. 그 에이전시 데이터 안 믿는다. 아니면 업종이 다르다. 아니면 측정 방식이 다르다. 설명해도 소용없다. 숫자만 본다. 내부 회의는 더 피곤하다 10시. 내부 주간 회의. AE팀 전체 모였다. 팀장이 물었다. "지난주 성과 어땠어요?" 다들 침묵. 나부터 말했다. "A광고주 ROAS 목표 미달했습니다" 팀장 표정 굳었다. "원인이 뭐예요?" "주말 전환율이 낮았습니다" "그럼 주말 예산 줄였어야죠" 금요일엔 몰랐다. 월요일에야 안다. 데이터는 항상 늦는다. 옆자리 동기 차례. "B광고주 CPA 30% 개선했습니다" 분위기 바뀐다. 팀장 웃는다. "어떻게 했어요?" "타겟 좁히고 입찰가 올렸습니다" 나도 그거 했다. 우리는 망했고 동기는 성공했다. 차이가 뭘까. 운일까. 광고주 업종일까. 모르겠다. 리포트는 월요일을 결정한다 월요일 기분은 리포트가 결정한다. 출근길은 괜찮았다. 커피도 맛있었다. 리포트 보는 순간 끝난다. 빨간 숫자 보면 한 주가 무겁다. 미팅 준비하면서 우울하다. 변명 만들면서 자책한다. "내가 뭘 놓쳤을까" "금요일에 뭘 더 체크했어야 했나" 파란 숫자 보면 다르다. 한 주가 가볍다. 미팅 기대된다. 칭찬받을 생각에 기분 좋다. 똑같은 월요일 9시 30분. 숫자 하나로 달라진다. 이번 주는 달라질까 미팅 끝났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광고주 과장님 말했다. "이번 주는 좀 잡아봐요" "네, 타겟 조정하고 소재 교체하겠습니다" 똑같은 대답이다. 매주 한다. 사무실 돌아왔다. 미디어플래너 불렀다. "이번 주 캠페인 세팅 다시 보자" "뭐 바꿀 건데?" "일단 주말 예산 30% 줄이고" "평일 낮 시간대 집중하고" "소재 3개 새로 만들어줘" 플래너 한숨 쉰다. "또?" "응, 또" 이번 주도 비슷할 것 같다. 다음 월요일 9시 30분. 또 리포트 볼 거다. 그때도 기분 나쁠까. 아니면 이번엔 다를까.월요일은 리포트가 결정한다. 나머지는 그냥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