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Roas
- 09 Dec, 2025
야근이 기본인 에이전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야근이 기본인 에이전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오늘도 8시 반 퇴근했다. 8시 반. '일찍 나간다'는 팀장 말에 웃었다. 9시 반 출근해서 8시 반 퇴근이 일찍이래. 지하철은 한산하다. 출근할 때 봤던 사람들은 이미 집에 있겠지. 나는 아직도 머릿속에 광고주 피드백이 맴돈다. "ROAS가 왜 이래요?" "예산 더 집행할 수 있어요?" "경쟁사는 성과 더 좋던데요."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슬랙을 확인한다. 광고주가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오전 미팅 가능하세요?' 가능하냐고. 불가능하다고 해본 적이 없다. 야근이 기본이 된 날들 입사했을 때만 해도 6시 퇴근할 줄 알았다. 첫 달은 7시에 나갔다. '신입이라 일이 적네' 생각했다. 두 번째 달부터 달라졌다. 광고주 2개를 맡았다. 리포트 작성하다 보면 8시. 세 번째 광고주 맡고부터는 9시가 기본. 캠페인 라이브하는 날은 11시 넘어. 새벽까지 모니터링한 날도 여러 번.5년 차가 되니까 이게 익숙해졌다. 익숙해진 게 더 무섭다. '오늘 7시에 나가네?' 이런 말이 칭찬처럼 들린다. 정규 퇴근 시간이 6시인데. 캠페인 시즌의 지옥 블프 시즌이 제일 힘들다. 11월 한 달은 그냥 회사에 산다고 봐야 한다. 광고주 3개 모두 블프 특수 노린다. 예산은 평소의 3배. 타겟 ROAS는 그대로. 말이 되냐고. 되냐고 물으면 안 된다. '할 수 있습니다' 해야 한다. 11월 첫째 주부터 야근. 둘째 주는 새벽 2시 퇴근. 셋째 주는 아예 사무실에서 잤다. 씻으러 집 갔다 오는 정도.디자이너는 울었다. 소재 50개 수정 요청에. 나도 울고 싶었다. 미디어플래너는 "못 하겠다"고 했다. 광고 세팅 200개 넘어가서. 나도 못 하겠다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AE는 그럴 수 없다. 광고주한테는 '됩니다' 해야 하고. 팀원들한테는 '할 수 있어요' 해야 하고. 블프 끝나고 몸무게 4kg 빠졌다. 먹을 시간이 없었다. 커피로 버텼다. 성과가 안 나오면 다 AE 탓 제일 억울한 건 이거다. 성과 좋으면 광고주가 잘한 거. 성과 안 좋으면 AE가 못한 거. 지난주 한 광고주. ROAS 320% 나왔다. 타겟이 300%였는데. 보고했더니 "그럼 예산 더 집행해 보죠" 했다. 예산 2배로 늘렸다. ROAS는 280%로 떨어졌다. 당연하다. 예산 늘리면 효율 떨어지는 거 마케팅 기본 아닌가. 근데 광고주는 이해 못 한다. "왜 떨어졌어요?" "전에는 잘 나왔잖아요." "뭐가 문제예요?" 설명했다. 예산 규모가 커지면 타겟 풀이 넓어지고. 넓어지면 당연히 효율은 떨어진다고. "그럼 효율 유지하면서 예산 집행해 주세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걸 요구한다. 근데 '불가능합니다'는 절대 말 못 한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해야 한다. 다음 주 리포트에서도 ROAS 280%. "개선 방안이 뭐예요?" 방안이 뭐냐고. 예산 줄이는 게 방안이다. 근데 그건 말 못 한다. 번아웃 전단계 요즘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알람 5개 맞춰놔도 못 일어난다. 출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몸이 안 움직인다. 회사 가면 괜찮아진다. 일하면 괜찮다. 바쁘면 생각할 틈이 없어서. 근데 집에 오면 무너진다. 씻을 힘도 없다. 침대에 쓰러진다. 핸드폰 보다가 잠든다. 주말. 토요일은 그냥 잔다. 일어나서 밥 먹고 다시 잔다. 일요일 오후 돼야 정신 차린다. 일요일 저녁. 월요일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또 시작이네.' 이 생각 반복. 남자친구가 걱정한다. "너 요즘 이상해." "번아웃 아니야?" 아니라고 했다. 번아웃은 아직 아니라고. 일은 할 수 있으니까. 근데 거짓말인 것 같다. 이미 번아웃 시작된 것 같다. 인정하기 싫을 뿐. 에이전시 5년의 의미 동기들이 하나둘 나간다. 어떤 애는 인하우스로. 어떤 애는 프리랜서로. 어떤 애는 아예 업종을 바꿨다. "에이전시 5년이면 됐어." 다들 그렇게 말한다. 나도 5년 차다. 이직을 생각한다. 근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인하우스? 친구가 말했다. "생각보다 돈 많이 안 줘." "업무는 더 루틴해." 프리랜서? 불안정하다. 광고주 섭외를 내가 해야 한다. 자신 없다. 다른 업종? 30살에 신입으로 시작? 그것도 무섭다. 그럼 에이전시 계속? 팀장 보면 답 나온다. 10년 차 팀장도 야근한다. ROAS 스트레스 똑같이 받는다. 나도 저렇게 될 거다. 5년 더 있으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1년 더? 가능할 것 같다. 2년 더? 자신 없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야근해도 다음 날 괜찮았다. 새벽까지 일해도 회복됐다. 올해는 다르다. 야근 다음 날 출근이 고역이다. 주말에 쉬어도 회복 안 된다. 계속 피곤하다. 정신도 문제다. 광고 대시보드 보는 게 무섭다. 'ROAS 떨어졌으면 어떡하지.' 'CPA 올랐으면 어떡하지.' 새벽에 깬다. 광고 꿈을 꾼다. 광고주가 "성과가 왜 이래요" 하는 꿈. 식은땀 흘리며 깬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안다.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퇴사? 다음 직장 없이 퇴사는 무리다. 집세는 내야 하니까. 이직? 이력서 쓸 시간도 없다. 면접 보러 갈 시간도 없다. 휴가? 휴가 써도 광고주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캠페인은 계속 돌아간다. 그래도 버티는 이유 왜 버티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돈. 월급 들어오는 게 확실하다. 성과 내면 보너스도 나온다. 이게 제일 크다. 경력. 5년 차 AE 경력은 어디서나 인정받는다. 퍼포먼스 마케팅 실무 경험. 이건 자산이다. 성취감. 성과 좋을 때. ROAS 목표 달성했을 때. 그때는 좋다. '내가 해냈네' 하는 순간. 그 순간들이 나를 버티게 한다. 근데 그 순간이 점점 줄어든다. 스트레스가 성취감을 압도한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내일도 출근한다. 그게 답인 것 같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틴다. 무너지기 전까지.오늘 퇴근 8시. 내일 광고주 미팅 2개. 버틴다.
- 06 Dec, 2025
CPA가, ROAS가, 예산 소진율이 - 숫자로만 대화하는 에이전시 문화
아침 인사도 숫자로 출근했다. 팀장이 물었다. "주말 잘 보냈어?" 내 대답. "네, ROAS처럼 효율적으로요." 웃긴 게 뭔지 아나. 팀장도 웃었다는 거다. 우리 팀 슬랙 채널 이름. '#cpa-싸움-본부'. 회의실 예약 메시지. "오후 2시, CTR 개선 회의, 30분 소진 예정." 점심 메뉴 투표. "치킨 CVR 80%, 돈까스 CPC 9000원." 이게 농담이 아니다. 진짜로 이렇게 말한다. 신입이 왔다. 첫날 환영 멘트. "우리 팀 이탈률 낮으니까 오래오래 있어." 신입 표정이 굳었다. 당연하지. 뭔 소린지 모를 거다. 디자이너가 물었다. "점심 뭐 먹을까?" AE 대답. "ROI 높은 걸로." 디자이너. "...그게 뭔데?" AE. "가성비요." 변역이 필요한 직장. 여기가 맞다.회의 시작 10초 만에 약자 5개 회의 시작했다. 팀장 첫 마디. "이번 캠페인 CPA 1만 2천, 목표 대비 120%. CVR은 2.3%로 전월 대비 -0.5%p. CTR은 양호한데 ROAS가 380이라 광고주가 불만. CPM은 낮췄는데 CPC가 올랐어. 왜 그럴까?" 10초. 약자 7개. 신입이 노트북 켰다. 열심히 검색한다. 'CPA 뭔지' 'CVR 의미'. 나도 1년차 때 그랬다. 지금은 그냥 머리에 박혀 있다. 미디어플래너가 말했다. "CPV 기준으로 보면 VTR이 낮아서요. 그래서 eCPM이 높아지고, 결국 ROAS 하락." 과장이 끄덕였다. "그럼 타게팅 CPC 모델로 바꿔볼까? CPL 개선될 수도." 나는 받아적었다. 약자만 8개 더 나왔다. 회의록 쓰는데 한글이 10%도 안 된다. 나머지는 다 영어 대문자. 외부 사람이 우리 회의 들으면 뭐라고 할까. "여기 외국인 회사예요?" 아니면 "암호 쓰세요?" 둘 다 맞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암호. 그게 마케팅 용어다.광고주 전화에도 숫자부터 광고주한테 전화 왔다. 오전 11시. "대리님, 어제 광고 어땠어요?" 내 대답. 자동이다. "CPA 11000원, 목표 대비 110%입니다. 전환수 52건, CPM 5800원으로 안정적이고요. CTR 1.2%는 업계 평균 상회입니다." 광고주. "...그러니까 잘 된 거예요?" 나. "네, ROAS 420이면 양호합니다." 광고주. "아 네..." 끊고 나서 생각했다. 방금 한국어 했나? 숫자만 10개 말했다. 그게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광고주는 이해 못 했을 수도 있다. 다시 전화했다. "죄송한데요, 쉽게 말하면 100만원 쓰셔서 420만원 매출 나왔습니다." 광고주. "아! 그럼 그렇게 말씀하시죠!" 맞다. 나 지금 로봇처럼 말하고 있었다. 점심 먹으러 갔다. 후배가 물었다. "언니, 메뉴 뭐 추천해요?" 나. "CVR 높은 거." 후배. "...?" 나. "아 미안. 맛있는 거." 입에서 자동으로 나온다. 일상 대화에도 마케팅 용어가 튀어나온다. 남자친구한테 카톡 보냈다. "오늘 야근. 퇴근 시간 TBD." 남친. "TBD가 뭐야?" 나. "To Be Determined. 미정." 남친. "...그냥 미정이라고 하지." 맞는 말이다. 근데 습관이다. 이미.저녁 먹으면서도 광고 얘기 저녁 7시. 팀 회식. 메뉴 정했다. 삼겹살. 고기 구우면서 하는 얘기. "이번 캠페인 CPA 진짜 낮췄다." "CTR이 생각보다 높더라." "근데 ROAS는 왜 안 오르지?" "타게팅 문제 아닐까. CPC가 너무 높아." 고기 먹으면서 하는 얘기가 이거다. 연애 얘기? 없다. 주말 계획? 없다. 취미? 그게 뭐더라. 신입이 물었다. "선배님들, 일 얘기 아닌 거 안 해요?" 다들 멈췄다. 고기 굽는 소리만 들렸다. 과장이 웃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이거밖에 없어." 맞다. 슬프지만 맞다. 일 얘기 아닌 거 하려고 했다. 영화 얘기. "기생충 봤어?" 대리. "응, CGV 전환율 높더라." 나. "...그게 아니라 영화 내용." 대리. "아 맞다. 재밌었어." 3초 만에 다시 일 얘기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다음 주 캠페인 예산 배분 어떻게 하지?" "페이스북 CPM 올랐던데." "구글 CPC도 만만찮아." 고기 다 먹을 때까지. 마케팅 용어만 오갔다. 집 가는 지하철. 옆자리 사람들 대화가 신기했다. "주말에 등산 가자." "요즘 드라마 뭐 봐?"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숫자로만 대화하게. 주말에도 대시보드 확인 토요일 오전 11시. 침대에 누워 있다. 자동으로 손이 간다. 핸드폰. 광고 대시보드 앱 열었다. 어제 CPA. 확인. 오늘 0시~현재 소진율. 확인. CTR 변동. 확인. 남자친구가 물었다. "주말인데도 봐?" 나. "습관이야." 남친. "ROAS 확인하는 거지?" 나. "...어떻게 알았어?" 남친. "나도 에이전시니까." 우리 커플 대화. 이거다. "오늘 CPA 어때?" "괜찮아. 너는?" "나도. CTR 올랐어." "좋네." 이게 주말 아침 대화다. 로맨틱하지 않다. 근데 이게 편하다. 친구 만났다. 대학 동기. 일반 회사 다닌다. 친구가 물었다. "요즘 어때?" 나. "바빠. ROAS 맞추느라." 친구. "...뭐?" 나. "아 미안. 광고 성과." 친구. "너 말하는 거 하나도 모르겠어." 설명했다. 5분 동안. CPA가 뭔지. ROAS가 뭔지. CTR이 뭔지. 친구. "그래서 그게 다 뭐 하는 거야?" 나. "...광고." 친구. "광고면 광고지, 왜 이렇게 복잡해?" 대답 못 했다. 맞는 말이니까. 우리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말할까. 간단하게 말하면 안 되나. 근데 이미 익숙해졌다. 이 언어에. 이 숫자에. 마케팅 용어 없이는 설명 불가 월요일 아침. 신규 광고주 미팅. 대표님이 물었다. "우리 광고 어떻게 할 건가요?" 기획서 펼쳤다. 준비 많이 했다. "타게팅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CPA 최적화하고, ROAS 목표 350 이상 달성하겠습니다. CTR 1% 이상 유지하면서 CPM 효율 개선하고, CVR은 2.5% 목표로..." 대표님 표정이 굳었다. 옆에 마케팅팀장도 멍했다. 대표님. "...다시 한 번 천천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식은땀 났다. 방금 뭐라고 했지? 다시 했다. 이번엔 쉽게. "100만원 광고비 쓰시면 350만원 매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대표님. "아! 그거네요. 그럼 그렇게 말씀하시죠." 미팅 끝나고 돌아왔다. 팀장이 물었다. "어땠어?" 나. "제가... 너무 어렵게 설명한 것 같아요." 팀장. "그럴 수 있지. 우리끼리만 쓰는 언어니까." 맞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언어. 에이전시 5년. 이 언어가 모국어처럼 됐다. 한국어보다 편하다. 숫자가 단어보다 빠르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이게 맞나? 광고주는 이해 못 한다. 일반 사람들은 뭔 소린지 모른다. 내 설명을 듣고 고개 끄덕이는 사람. 같은 에이전시 사람뿐이다. 우리는 섬에 산다. 마케팅 용어라는 섬. 그 안에서만 통한다. 숫자 없으면 불안한 사람들 점심시간. 식당 줄 서 있다. 앞에 두 명. 우리 회사 사람 같다. 들렸다. "어제 CPM 얼마 나왔어?" "5200원. 너는?" "나는 6800원. 좀 높아." "타게팅 때문 아닐까?" 줄 서서도 숫자 얘기. 내 차례 왔다. 주문했다. "제육볶음 하나요." 직원. "매운 거요, 안 매운 거요?" 나. 자동으로. "CTR 높은 걸로요." 직원. "...네?" 나. "아 죄송해요. 매운 걸로요." 미쳤나. 식당에서도 마케팅 용어가. 밥 먹으면서 생각했다. 나 진짜 이상해진 건가. 핸드폰 꺼냈다. 대시보드 확인. 점심시간에도. CPA 확인. ROAS 확인. 예산 소진율 확인. 숫자 보면 안심된다. 숫자 없으면 불안하다. 이게 직업병인가. 옆 테이블 사람들. 웃으면서 얘기한다. "주말에 제주도 갔다 왔어." "날씨 좋았어?" 우리는? "주말에도 대시보드 봤어." "CPA 떨어졌더라." 이게 우리 일상이다. 숫자가 일상. 약자가 언어. 슬픈가. 근데 어쩌겠어. 이미 이렇게 됐는걸.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녁 8시. 퇴근 준비. 신입이 물었다. "선배님, 저 이상한가요?" 나. "왜?" 신입. "친구들이 제가 하는 말 이해 못 한대요. 제가 이상하게 말하는 것 같대요." 웃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정상이야. 우리가 특수하게 말하는 거지." 신입. "근데 선배님은 언제부터 이렇게 말했어요?" 나. "2년차부터. 어느 순간 자동으로." 생각해보니 맞다. 2년차 어느 날부터. 숫자가 먼저 나왔다. 한국어보다. "CPA 얼마야?" 가 "상황 어때?"보다 빨랐다. "ROAS 확인했어?" 가 "잘 되고 있어?"보다 정확했다. 신입. "저도 그렇게 될까요?" 나. "응. 1년만 있으면." 단언했다. 확신했다. 이게 이 업계 언어니까. 퇴근했다. 지하철 탔다. 옆에 두 사람 대화. "오늘 회의 어땠어?" "괜찮았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괜찮았다가 뭐야. 구체적으로.' 중독됐다. 숫자에. 구체적인 것에. 애매한 표현을 못 견딘다. "괜찮았어"보다 "목표 달성률 90%"가 낫다. "잘 됐어"보다 "전월 대비 120%"가 정확하다. 이게 에이전시가 만든 나다. 숫자로 생각하는 사람. 집 도착했다. 문 열었다. 자동으로 생각했다. '오늘 업무 달성률 85%. 내일 목표 3건. 예상 소요 시간 6시간.' 일상도 KPI로 생각한다. 무서운 거다. 근데 편하다. 결국 우리만의 언어 금요일 저녁. 회식 2차. 다들 취했다. 그래도 하는 얘기. "이번 분기 CPA 평균 얼마 나왔어?" "ROAS는 목표 달성했어?" "다음 분기 예산 얼마야?" 술 먹어도 숫자. 취해도 마케팅 용어. 과장이 말했다. "우리 진짜 병신들이다." 다들 웃었다. 맞는 말이니까. "일반 사람들은 우리 말 이해 못 해." "우리끼리만 통해." "근데 이게 편해." 맞다. 이게 편하다. 우리만의 언어. 우리만의 세계. 외부 사람한테 설명하기 귀찮다. CPA가 뭔지. ROAS가 뭔지. 같은 업계 사람 만나면 편하다. "ROAS 어때?" 하면 끝이다. 신입이 물었다. "저는 언제쯤 선배님들처럼 될까요?" 팀장. "곧 돼. 어쩔 수 없어." 안타깝지만 맞다. 여기 있으면 자동으로 된다. 숫자로 말하고. 약자로 생각하고. 대시보드를 일상처럼 확인하는 사람. 이게 에이전시 문화다. 이게 우리 언어다.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이미 이렇게 됐다.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이제 CPA, ROAS, CTR 없이 설명 못 한다. 숫자 없으면 불안하다. 구체적이지 않으면 답답하다. 이게 5년차 에이전시 AE의 현실이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근데 뭐 어쩌겠어. 월요일 되면 또 출근한다. 그리고 또 물어본다. "오늘 CPA 어때?"결국 마케팅 용어는 우리의 제2언어가 됐다. 아니, 제1언어인지도.
- 03 Dec, 2025
월요일 아침 9시 30분, 금요일 리포트를 본 순간 기분 나빠지는 이유
월요일 9시 30분 출근했다. 커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주말 잘 쉬었다. 기분 괜찮았다. 모니터 켰다. 슬랙 알림 37개. 일단 무시. 구글 애널리틱스부터 열었다. 금요일 리포트. 자동으로 떠 있다. 주말 동안 쌓인 데이터. CPA 목표 15,000원. 실제 23,400원. 아, 망했다.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ROAS 목표 450%. 금요일 데이터 287%. 주말 캠페인 예산 소진율 98%. 그런데 전환은 목표 대비 64%. 계산기 두드렸다. 광고비 650만원 썼다. 매출 1,870만원 나왔다. 나쁘지 않다고? 아니다. 광고주 목표는 3,000만원이었다. 월요일 11시 미팅 있다. "지난주 성과 공유드리겠습니다" 뭐라고 설명하지.금요일의 나는 낙관적이었다 금요일 저녁 6시. 캠페인 돌렸다. 세팅 완벽했다. 타겟 정확했다. 소재 괜찮았다. "주말 전환 잘 나올 거야" 동료한테 말했다. "이번엔 좀 되는 것 같아" 금요일의 나는 멍청했다. 주말 광고비는 평일의 70% 썼다. 그런데 전환은 40%밖에 안 나왔다. 토요일은 그나마 나았다. 일요일이 문제였다. 일요일 CPA 31,200원. 목표의 두 배. 왜 일요일은 항상 이럴까. 사람들 쇼핑 안 하나. 아니면 우리 광고가 문제인가.11시 미팅 준비 PPT 켰다. 템플릿 열었다. 매주 쓰는 거. "지난주 캠페인 성과 리포트" 첫 페이지에 뭘 써야 하나. 좋은 소식부터? 없다. 나쁜 소식 먼저? 더 우울하다. "주요 지표 요약"으로 시작했다.광고비 집행: 650만원 (목표 대비 98%) ROAS: 287% (목표 450% 대비 64% 달성) CPA: 23,400원 (목표 15,000원 대비 156%)빨간색 화살표 세 개. 다 아래로 향한다. "개선 방향"을 써야 한다. 매번 쓴다. 매번 똑같다.타겟 세분화 재검토 소재 A/B 테스트 강화 입찰 전략 조정이번 주도 이걸 쓸 거다. 다음 주도 쓸 것 같다. 광고주는 이해 못 한다 광고주 담당자 생각했다. 마케팅팀 과장님. "CPA가 왜 이렇게 올랐어요?" 설명할 거다. 주말 경쟁 강도 높아졌다고. 입찰가 올려야 노출된다고. 소재 피로도 쌓였다고. 들어줄까. "예산은 그대로인데 성과는 왜 안 나와요?" 이 질문이 제일 답 없다. 예산 그대로면 성과도 그대로다. 아니면 더 떨어진다. 시장은 계속 경쟁 심해진다. "다른 에이전시는 ROAS 500% 나온댔는데요" 이 말 나오면 끝이다. 그 에이전시 데이터 안 믿는다. 아니면 업종이 다르다. 아니면 측정 방식이 다르다. 설명해도 소용없다. 숫자만 본다. 내부 회의는 더 피곤하다 10시. 내부 주간 회의. AE팀 전체 모였다. 팀장이 물었다. "지난주 성과 어땠어요?" 다들 침묵. 나부터 말했다. "A광고주 ROAS 목표 미달했습니다" 팀장 표정 굳었다. "원인이 뭐예요?" "주말 전환율이 낮았습니다" "그럼 주말 예산 줄였어야죠" 금요일엔 몰랐다. 월요일에야 안다. 데이터는 항상 늦는다. 옆자리 동기 차례. "B광고주 CPA 30% 개선했습니다" 분위기 바뀐다. 팀장 웃는다. "어떻게 했어요?" "타겟 좁히고 입찰가 올렸습니다" 나도 그거 했다. 우리는 망했고 동기는 성공했다. 차이가 뭘까. 운일까. 광고주 업종일까. 모르겠다. 리포트는 월요일을 결정한다 월요일 기분은 리포트가 결정한다. 출근길은 괜찮았다. 커피도 맛있었다. 리포트 보는 순간 끝난다. 빨간 숫자 보면 한 주가 무겁다. 미팅 준비하면서 우울하다. 변명 만들면서 자책한다. "내가 뭘 놓쳤을까" "금요일에 뭘 더 체크했어야 했나" 파란 숫자 보면 다르다. 한 주가 가볍다. 미팅 기대된다. 칭찬받을 생각에 기분 좋다. 똑같은 월요일 9시 30분. 숫자 하나로 달라진다. 이번 주는 달라질까 미팅 끝났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광고주 과장님 말했다. "이번 주는 좀 잡아봐요" "네, 타겟 조정하고 소재 교체하겠습니다" 똑같은 대답이다. 매주 한다. 사무실 돌아왔다. 미디어플래너 불렀다. "이번 주 캠페인 세팅 다시 보자" "뭐 바꿀 건데?" "일단 주말 예산 30% 줄이고" "평일 낮 시간대 집중하고" "소재 3개 새로 만들어줘" 플래너 한숨 쉰다. "또?" "응, 또" 이번 주도 비슷할 것 같다. 다음 월요일 9시 30분. 또 리포트 볼 거다. 그때도 기분 나쁠까. 아니면 이번엔 다를까.월요일은 리포트가 결정한다. 나머지는 그냥 따라간다.
- 03 Dec, 2025
'예산 대비 효율이요' - 내가 제일 많이 말하는 문장
'예산 대비 효율이요' - 내가 제일 많이 말하는 문장 오전 10시, 광고주 미팅 "이번 캠페인 성과 어때요?" 광고주 마케팅팀장이 묻는다. 나는 노트북 화면을 돌린다. "예산 대비 효율이요, 지난달보다 15% 올랐습니다." 이 문장. 일주일에 스무 번은 말한다. 광고주 미팅, 내부 보고, 디자이너 설득, 미디어플래너 조율. 모든 대화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5년차 되니까 자동으로 나온다. 생각 안 해도.광고주는 숫자를 원한다. "좋았어요", "반응 괜찮았어요" 이런 말은 안 먹힌다. "ROAS 350%입니다. CPA는 8500원으로 떨어졌고요." 구체적 숫자. 비교 데이터. 지난달 대비, 전년 동기 대비, 목표 대비. 이게 내 언어다. 5년 전엔 이렇게 말 못 했다. 신입 때는 "성과 좋았어요!" 이랬다가 혼났다. 선배가 말했다. "얼마나 좋았는데? 숫자로 말해." 그때부터 배웠다.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점심시간, 동기와 동기 지원이가 묻는다. "너 요즘 광고주 어때?" "예산 대비 효율이 좋아서 다행이야." 지원이가 웃는다. "너 그 말 입에 붙었다." 맞다. 붙었다. 집에서도 나온다. 남자친구랑 저녁 메뉴 정할 때도. "이 식당 가성비 좋아. 예산 대비 효율적이야." 남자친구가 한숨 쉰다. "너 직업병이야."근데 이게 우리 삶이다. 에이전시 AE는. 모든 게 효율로 환산된다. 시간, 돈, 노력, 결과. "이 디자인 작업에 3시간 들었는데 성과가 저거면 예산 대비 효율이 안 나와." "이 매체는 CPM이 높아서 예산 대비 효율이 떨어져." "야근 2시간 했는데 ROAS가 이 정도면 예산 대비... 아니 시간 대비 효율이 좋네." 심지어 야근도 효율로 계산한다. 병이다. 오후 3시, 내부 기획 회의 디자이너 수진 씨가 새 크리에이티브 시안을 보여준다. 예쁘다. 진짜 예쁘다. 근데 내 머릿속엔 숫자가 먼저 떠오른다. "이 작업 시간이 얼마나 걸렸어요?" "이틀이요." "이틀이면... 예산 대비 효율을 생각하면..." 수진 씨가 한숨 쉰다. "민지 씨, 또 그 말이에요." 미안하다. 근데 어쩔 수 없다.광고주는 예쁜 거에 돈 안 낸다. 성과에 낸다. ROAS 300% 나오면 못생겨도 만족한다. ROAS 150%면 아무리 예뻐도 불만이다. 이게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브랜딩이랑 다르다. 브랜딩은 감성으로 말할 수 있다. "이미지가 좋아졌어요", "인지도가 올랐어요." 근데 퍼포먼스는 숫자다. CPA, ROAS, CVR, CTR. 알파벳 네 글자로 모든 게 결정된다. 그래서 나는 맨날 "예산 대비 효율이요" 라고 말한다. 이게 내 방패다. 이게 내 설득의 시작이다. 오후 5시, 광고주 전화 광고주 담당자가 전화한다. "민지 씨, 이번 달 예산 500만원 더 쓰고 싶은데요." 심장이 뛴다. 좋은 신호다. "좋습니다. 근데 예산 대비 효율을 유지하려면 타겟을 좀 더 좁혀야 할 것 같아요." "왜요?" "지금 ROAS가 320%인데, 예산을 늘리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타겟 정교화하면 350%까지도 가능합니다." 침묵. 3초.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끊고 나서 안도한다. 이 한 마디가 500만원을 지켰다. "예산 대비 효율이요." 만약 내가 "네 알겠습니다" 하고 그냥 예산 늘렸으면? 한 달 뒤에 ROAS 250%로 떨어지고, 광고주는 화낸다. "왜 효율이 떨어졌어요?" 그럼 나는 변명해야 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말하는 게 낫다. "예산 대비 효율" 얘기를. 저녁 7시, 리포트 작성 주간 리포트를 쓴다. 첫 문장은 항상 똑같다. "이번 주 예산 대비 효율은 지난주 대비 8% 상승했습니다." 이 문장 쓰는 데 5분 걸린다. 숫자 확인하고, 비교하고, 계산하고. 근데 광고주는 이 문장만 본다. 나머지는 안 봐도 된다. "예산 대비 효율" 이 좋으면 만족. 나쁘면 불만. 그래서 나는 이 문장에 목숨 건다. ROAS 계산 세 번 확인한다. CPA 엑셀로 두 번 검산한다. 틀리면 안 된다. 이 숫자 하나가 내 신뢰도다. 5년차인데도 매번 떨린다. 리포트 보낼 때. "예산 대비 효율이 좋기를..." 기도하면서 전송 버튼 누른다. 밤 10시, 퇴근길 지하철에서 광고를 본다. 경쟁사 캠페인이다. 자동으로 분석한다. "저 소재로 ROAS가 얼마나 나올까?" "저 타겟팅이면 CPA가 1만원은 넘겠네." "예산이 얼마나 들었을까? 저 매체 집행비는..." 직업병이다. 완전히. 광고 보면서 쉬질 못한다. 효율을 계산한다. 남자친구가 옆에서 말한다. "너 또 일 생각하지?" "아니야." 거짓말이다. 생각하고 있었다. "예산 대비 효율이 저 정도면 광고주가 만족했을까?" 집에 와서도 생각한다. 내일 광고주 미팅에서 뭐라고 말하지? "예산 대비 효율이요..." 로 시작해야지. 이 문장이면 설득할 수 있다. 항상 그랬으니까. 주말 오후, 카페에서 친구들 만났다. 대학 동기들. 한 친구가 말한다. "나 이번에 옷 샀는데 50만원이야." 다른 친구가 놀란다. "비싸다!" 나는 자동으로 묻는다. "그 옷 몇 번 입을 건데? 예산 대비 효율이..." 친구들이 웃는다. "민지야, 너 진짜 직업병이다." 맞다. 인정한다. 모든 걸 효율로 계산한다. 옷, 밥, 카페, 심지어 친구 만나는 시간도. "2시간 만나는데 왕복 1시간 반 걸리면... 시간 대비 효율이..." 이러니까 친구들이 싫어한다. "너 좀 쉬어. 맨날 효율 타령." 쉬고 싶다. 근데 안 된다. 5년 동안 훈련된 습관이다. 뇌가 자동으로 계산한다. 일요일 밤, 침대에서 내일 월요일이다. 출근이다. 광고주 미팅이 두 개 있다. 머릿속으로 리허설한다. "예산 대비 효율이요, 지난주보다 12% 올랐습니다." "추가 예산 집행하시면 예산 대비 효율을 유지하면서..." "이 소재가 예산 대비 효율이 제일 좋았습니다." 모든 문장이 이 단어로 시작한다. 5년 동안 몇 번 말했을까? 하루에 20번. 일주일에 100번. 한 달에 400번. 5년이면... 24000번? 24000번 말했다. "예산 대비 효율이요." 이제 이 말 없이는 설득을 못 한다. 광고주도, 동료도, 상사도. 심지어 남자친구한테도 이 말 쓴다. "우리 이번 주말 제주도 가자." "비행기값이 얼마인데? 예산 대비 효율이..." 남자친구가 한숨 쉰다. "민지야, 여행은 효율로 재는 게 아니야."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못 고친다. 이게 내 언어니까. 이 말의 무게 "예산 대비 효율이요." 겉으로는 단순해 보인다. 숫자 몇 개 말하는 거. 근데 이 한 마디에 내 5년이 들어있다. 밤새 돌린 캠페인. 새벽에 확인한 대시보드. 광고주 설득하려고 준비한 데이터. "예산 대비 효율" 하나로 모든 걸 증명해야 한다. 내 기획이, 내 실행이, 내 고민이 옳았다는 걸. 그래서 이 말은 무겁다. 가볍게 던지는 것처럼 보여도, 뒤에는 야근과 스트레스가 있다. ROAS 1% 올리려고 매체를 열 번 바꿔본다. CPA 100원 줄이려고 타겟을 스무 번 수정한다. "예산 대비 효율" 을 지키려고. 광고주는 모른다. 이 숫자 뒤에 뭐가 있는지. 그냥 "ROAS 좋네요" 하고 만족한다. 나는 "네, 감사합니다" 하고 웃는다. 속으로는 안도한다. '이번 주도 넘겼다.' 그래도 계속 말한다 내일도 말할 거다. "예산 대비 효율이요." 모레도, 다음 주도, 내년에도. 이게 내 일이니까. 숫자로 증명하는 일. 효율로 설득하는 일. 가끔 지친다. 모든 걸 효율로 재는 게. 사람 만나도, 밥 먹어도, 쉬는 것도 효율 계산한다. '이 시간이 예산 대비... 아니 시간 대비 가치가 있나?' 병이다. 알고 있다. 근데 이게 내 무기이기도 하다. "예산 대비 효율이요" 한 마디면 광고주가 끄덕인다. 이 말이면 상사가 승인한다. 이 말이면 내 기획이 통과된다. 그래서 계속 말한다. 입에 붙도록, 자동으로 나오도록. 이게 나의 언어다. 에이전시 AE, 민지의 언어.오늘도 말했다. 열다섯 번쯤. 내일은 스무 번 말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