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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광고를 봤다, 캡처한다, 보낸다 - AE의 주말

경쟁사 광고를 봤다, 캡처한다, 보낸다 - AE의 주말

경쟁사 광고를 봤다, 캡처한다, 보낸다 - AE의 주말 토요일 오전 11시, 카페 친구가 늦는다고 문자 왔다. 혼자 앉아서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신다. 인스타그램 켠다. 피드 스크롤하다가 멈췄다. 광고주 경쟁사 광고다. 자동으로 캡처했다."신제품 프로모션인가." 소재 확대해서 본다. 배너 카피 메모한다. "첫 구매 20% 할인". 우리는 15%였다. 댓글 확인한다. 반응 괜찮다. '좋아요' 3800개. 댓글 120개. 우리 캠페인은 2200개였다. 노트 앱 켠다.경쟁사 A / 인스타 피드 광고 소재: 제품 단독컷 + 할인율 강조 카피: 직관적, 혜택 중심 반응: 우리보다 약 1.7배저장했다. 친구 왔다. "뭐해?" "아무것도." 폰 뒤집어 놓는다. 그런데 머릿속은 그 광고다. 할인율을 올려야 하나. 소재를 저렇게 심플하게 가야 하나. 친구 말이 안 들린다. "야, 너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거짓말이다. 영화관 대기줄, 오후 3시 팝콘 사려고 줄 선다. 앞에 10명 정도다. 또 폰 꺼낸다. 유튜브 앱 켠다. 쇼츠 들어간다. 세 번째 영상에 광고 나온다.또 경쟁사다. 이번엔 다른 광고주 꺼다. 6초짜리 범퍼 광고. 캡처할 수 없다. 화면 녹화 시작한다. 광고 끝났다. 다시 돌린다. 프레임 하나하나 본다.첫 2초: 후킹 카피 중간 2초: 제품 시연 마지막 2초: CTA우리 영상은 8초인데. 6초로 줄여도 되는 거 아닌가. 광고비 30% 아낄 수 있다. 슬랙 켠다. 미디어플래너한테 보낸다. "이거 보세요. 경쟁사 범퍼 광고 효율 좋을 것 같은데." 토요일인데 보냈다. 답 안 온다. 당연하다. 주말이니까. 나도 일하는 건 아니다. 그냥 본 거다. 거짓말이다. 이게 일이다. 팝콘 받았다. 영화관 들어간다. 본편 시작 전 광고 또 나온다. 또 본다. 습관이다. 저녁 약속, 7시 남자친구 만났다. 홍대 맛집이래서 왔다. 웨이팅 30분이다. 대기 중에 또 폰 본다. 페이스북 켠다. 피드 광고 3개 지나간다. 하나 캡처했다. 광고주는 아니고 같은 카테고리다. 소재가 신선하다. "또 일해?" 남자친구가 말한다. "아니, 그냥 봤어." "주말인데." "응, 알아." 알지만 못 멈춘다. 경쟁사 광고가 눈에 들어오면 자동이다. 캡처 - 분석 - 메모 - 공유. 습관화됐다. 직업병이다."너 진짜 쉬는 날이 없네." 남자친구 말이 맞다. 쉬는 날이 없다. 마음이 안 쉰다. 몸은 카페에 있어도 머리는 캠페인이다. 영화 보는데 광고 분석한다. "미안, 안 볼게." 폰 가방에 넣는다. 5분 버텼다. 진동 왔다. 광고주다. "다음 주 예산 추가 가능할까요?" 주말인데 연락 온다. 대리가 받아야 한다. 답장 쓴다. "검토해보고 월요일에 말씀드릴게요." 보냈다. 남자친구가 한숨 쉰다. "야, 너 번아웃 온다." "아직 괜찮아." 거짓말이다. 벌써 왔다. 집 침대, 밤 11시 하루 끝났다. 침대에 누웠다. 피곤한데 잠이 안 온다. 폰 켠다. 캡처 폴더 연다. 오늘 저장한 광고 7개다. 하나씩 다시 본다.인스타 피드 광고 3개 유튜브 범퍼 광고 1개 페이스북 동영상 광고 2개 네이버 DA 배너 1개정리한다. 노션에 표 만든다. 광고주별, 매체별, 소재 유형별. 월요일에 팀 회의 때 공유할 거다. "주말에 경쟁사 모니터링 좀 했는데요." 이렇게 말할 거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KPI에도 없다. 그냥 한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 안 하면 불안하다. 경쟁사가 뭐 하는지 모르는 게 싫다. 우리 광고주가 지는 게 싫다. ROAS 지는 게 싫다. 다음 미팅에서 "경쟁사는 이렇게 하던데요" 듣는 게 싫다. 그래서 먼저 본다. 먼저 캡처한다. 먼저 분석한다. 에이전시 AE가 이렇다. 쉬어도 안 쉰다. 머리가 항상 켜져 있다. 폰 끈다. 잠들려고 한다. 근데 생각난다. 내일 일요일인데 카페 갈까. 노트북 가져가서 리포트 좀 만들까. 월요일 아침이 편할 거다. 거짓말이다. 월요일은 또 바쁘다. 일요일 오후, 카페 또 왔다 결국 나왔다. 노트북 켰다. 리포트 연다. 주간 성과 정리한다.광고주 A: CPA 15% 개선 광고주 B: ROAS 120% 유지 광고주 C: 예산 소진율 95%숫자 보면 마음이 편하다. 잘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그런데 또 불안하다. 다음 주는 어떻게 될까. 경쟁사는 뭐 준비하고 있을까. 인스타 켠다. 또 광고 본다. 또 캡처한다. 친구한테 문자 왔다. "너 오늘 뭐 해?" "카페에서 쉬어." 거짓말이다. 일한다. "주말인데 집에서 쉬지." "응, 나중에 들어갈게." 안 들어간다. 해질 때까지 있을 거다. AE가 이렇다. 주말도 일한다. 근무시간이 따로 없다. 경쟁사 광고가 올라오는 시간이 근무시간이다. 24시간이다. 365일이다. 이게 맞나 싶다 가끔 생각한다. 이게 맞는 삶인가. 주말에 카페 와서 광고 캡처하고. 영화 보다가 경쟁사 분석하고. 친구 만나도 폰 보고. 번아웃 온 것 같다. 아니, 벌써 왔다. 그런데 못 멈춘다. 이게 습관이 됐다. 이게 정체성이 됐다. "나는 에이전시 AE다." "경쟁사 모니터링은 기본이다." "쉬는 날에도 일한다." 자랑은 아니다. 자랑할 것도 아니다. 그냥 현실이다. 에이전시가 이렇다. 동기들도 다 그렇다. 주말에 슬랙 켠다. 새벽에 대시보드 본다. "우리 미쳤나?" 단톡방에 물었다. "ㅇㅇ 미쳤음" "근데 안 하면 불안함" "월요일에 광고주가 물어보면?" 다들 안다. 이게 이상한 거. 그런데 못 고친다. 이게 에이전시 생존법이니까. 5년 차가 이렇다. 10년 차는 어떨까. 상상이 안 된다. 이직해야 하나. 인하우스 가야 하나. 거기는 주말에 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캡처한다. 경쟁사 광고 또 올라왔다. 또 본다. 또 저장한다.일요일 저녁 7시. 카페 나왔다. 캡처 폴더에 광고 12개 더 들어갔다.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거짓말이다. 월요일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