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 Dec, 2025
CPA가, ROAS가, 예산 소진율이 - 숫자로만 대화하는 에이전시 문화
아침 인사도 숫자로 출근했다. 팀장이 물었다. "주말 잘 보냈어?" 내 대답. "네, ROAS처럼 효율적으로요." 웃긴 게 뭔지 아나. 팀장도 웃었다는 거다. 우리 팀 슬랙 채널 이름. '#cpa-싸움-본부'. 회의실 예약 메시지. "오후 2시, CTR 개선 회의, 30분 소진 예정." 점심 메뉴 투표. "치킨 CVR 80%, 돈까스 CPC 9000원." 이게 농담이 아니다. 진짜로 이렇게 말한다. 신입이 왔다. 첫날 환영 멘트. "우리 팀 이탈률 낮으니까 오래오래 있어." 신입 표정이 굳었다. 당연하지. 뭔 소린지 모를 거다. 디자이너가 물었다. "점심 뭐 먹을까?" AE 대답. "ROI 높은 걸로." 디자이너. "...그게 뭔데?" AE. "가성비요." 변역이 필요한 직장. 여기가 맞다.회의 시작 10초 만에 약자 5개 회의 시작했다. 팀장 첫 마디. "이번 캠페인 CPA 1만 2천, 목표 대비 120%. CVR은 2.3%로 전월 대비 -0.5%p. CTR은 양호한데 ROAS가 380이라 광고주가 불만. CPM은 낮췄는데 CPC가 올랐어. 왜 그럴까?" 10초. 약자 7개. 신입이 노트북 켰다. 열심히 검색한다. 'CPA 뭔지' 'CVR 의미'. 나도 1년차 때 그랬다. 지금은 그냥 머리에 박혀 있다. 미디어플래너가 말했다. "CPV 기준으로 보면 VTR이 낮아서요. 그래서 eCPM이 높아지고, 결국 ROAS 하락." 과장이 끄덕였다. "그럼 타게팅 CPC 모델로 바꿔볼까? CPL 개선될 수도." 나는 받아적었다. 약자만 8개 더 나왔다. 회의록 쓰는데 한글이 10%도 안 된다. 나머지는 다 영어 대문자. 외부 사람이 우리 회의 들으면 뭐라고 할까. "여기 외국인 회사예요?" 아니면 "암호 쓰세요?" 둘 다 맞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암호. 그게 마케팅 용어다.광고주 전화에도 숫자부터 광고주한테 전화 왔다. 오전 11시. "대리님, 어제 광고 어땠어요?" 내 대답. 자동이다. "CPA 11000원, 목표 대비 110%입니다. 전환수 52건, CPM 5800원으로 안정적이고요. CTR 1.2%는 업계 평균 상회입니다." 광고주. "...그러니까 잘 된 거예요?" 나. "네, ROAS 420이면 양호합니다." 광고주. "아 네..." 끊고 나서 생각했다. 방금 한국어 했나? 숫자만 10개 말했다. 그게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광고주는 이해 못 했을 수도 있다. 다시 전화했다. "죄송한데요, 쉽게 말하면 100만원 쓰셔서 420만원 매출 나왔습니다." 광고주. "아! 그럼 그렇게 말씀하시죠!" 맞다. 나 지금 로봇처럼 말하고 있었다. 점심 먹으러 갔다. 후배가 물었다. "언니, 메뉴 뭐 추천해요?" 나. "CVR 높은 거." 후배. "...?" 나. "아 미안. 맛있는 거." 입에서 자동으로 나온다. 일상 대화에도 마케팅 용어가 튀어나온다. 남자친구한테 카톡 보냈다. "오늘 야근. 퇴근 시간 TBD." 남친. "TBD가 뭐야?" 나. "To Be Determined. 미정." 남친. "...그냥 미정이라고 하지." 맞는 말이다. 근데 습관이다. 이미.저녁 먹으면서도 광고 얘기 저녁 7시. 팀 회식. 메뉴 정했다. 삼겹살. 고기 구우면서 하는 얘기. "이번 캠페인 CPA 진짜 낮췄다." "CTR이 생각보다 높더라." "근데 ROAS는 왜 안 오르지?" "타게팅 문제 아닐까. CPC가 너무 높아." 고기 먹으면서 하는 얘기가 이거다. 연애 얘기? 없다. 주말 계획? 없다. 취미? 그게 뭐더라. 신입이 물었다. "선배님들, 일 얘기 아닌 거 안 해요?" 다들 멈췄다. 고기 굽는 소리만 들렸다. 과장이 웃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이거밖에 없어." 맞다. 슬프지만 맞다. 일 얘기 아닌 거 하려고 했다. 영화 얘기. "기생충 봤어?" 대리. "응, CGV 전환율 높더라." 나. "...그게 아니라 영화 내용." 대리. "아 맞다. 재밌었어." 3초 만에 다시 일 얘기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다음 주 캠페인 예산 배분 어떻게 하지?" "페이스북 CPM 올랐던데." "구글 CPC도 만만찮아." 고기 다 먹을 때까지. 마케팅 용어만 오갔다. 집 가는 지하철. 옆자리 사람들 대화가 신기했다. "주말에 등산 가자." "요즘 드라마 뭐 봐?"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숫자로만 대화하게. 주말에도 대시보드 확인 토요일 오전 11시. 침대에 누워 있다. 자동으로 손이 간다. 핸드폰. 광고 대시보드 앱 열었다. 어제 CPA. 확인. 오늘 0시~현재 소진율. 확인. CTR 변동. 확인. 남자친구가 물었다. "주말인데도 봐?" 나. "습관이야." 남친. "ROAS 확인하는 거지?" 나. "...어떻게 알았어?" 남친. "나도 에이전시니까." 우리 커플 대화. 이거다. "오늘 CPA 어때?" "괜찮아. 너는?" "나도. CTR 올랐어." "좋네." 이게 주말 아침 대화다. 로맨틱하지 않다. 근데 이게 편하다. 친구 만났다. 대학 동기. 일반 회사 다닌다. 친구가 물었다. "요즘 어때?" 나. "바빠. ROAS 맞추느라." 친구. "...뭐?" 나. "아 미안. 광고 성과." 친구. "너 말하는 거 하나도 모르겠어." 설명했다. 5분 동안. CPA가 뭔지. ROAS가 뭔지. CTR이 뭔지. 친구. "그래서 그게 다 뭐 하는 거야?" 나. "...광고." 친구. "광고면 광고지, 왜 이렇게 복잡해?" 대답 못 했다. 맞는 말이니까. 우리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말할까. 간단하게 말하면 안 되나. 근데 이미 익숙해졌다. 이 언어에. 이 숫자에. 마케팅 용어 없이는 설명 불가 월요일 아침. 신규 광고주 미팅. 대표님이 물었다. "우리 광고 어떻게 할 건가요?" 기획서 펼쳤다. 준비 많이 했다. "타게팅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CPA 최적화하고, ROAS 목표 350 이상 달성하겠습니다. CTR 1% 이상 유지하면서 CPM 효율 개선하고, CVR은 2.5% 목표로..." 대표님 표정이 굳었다. 옆에 마케팅팀장도 멍했다. 대표님. "...다시 한 번 천천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식은땀 났다. 방금 뭐라고 했지? 다시 했다. 이번엔 쉽게. "100만원 광고비 쓰시면 350만원 매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대표님. "아! 그거네요. 그럼 그렇게 말씀하시죠." 미팅 끝나고 돌아왔다. 팀장이 물었다. "어땠어?" 나. "제가... 너무 어렵게 설명한 것 같아요." 팀장. "그럴 수 있지. 우리끼리만 쓰는 언어니까." 맞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언어. 에이전시 5년. 이 언어가 모국어처럼 됐다. 한국어보다 편하다. 숫자가 단어보다 빠르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이게 맞나? 광고주는 이해 못 한다. 일반 사람들은 뭔 소린지 모른다. 내 설명을 듣고 고개 끄덕이는 사람. 같은 에이전시 사람뿐이다. 우리는 섬에 산다. 마케팅 용어라는 섬. 그 안에서만 통한다. 숫자 없으면 불안한 사람들 점심시간. 식당 줄 서 있다. 앞에 두 명. 우리 회사 사람 같다. 들렸다. "어제 CPM 얼마 나왔어?" "5200원. 너는?" "나는 6800원. 좀 높아." "타게팅 때문 아닐까?" 줄 서서도 숫자 얘기. 내 차례 왔다. 주문했다. "제육볶음 하나요." 직원. "매운 거요, 안 매운 거요?" 나. 자동으로. "CTR 높은 걸로요." 직원. "...네?" 나. "아 죄송해요. 매운 걸로요." 미쳤나. 식당에서도 마케팅 용어가. 밥 먹으면서 생각했다. 나 진짜 이상해진 건가. 핸드폰 꺼냈다. 대시보드 확인. 점심시간에도. CPA 확인. ROAS 확인. 예산 소진율 확인. 숫자 보면 안심된다. 숫자 없으면 불안하다. 이게 직업병인가. 옆 테이블 사람들. 웃으면서 얘기한다. "주말에 제주도 갔다 왔어." "날씨 좋았어?" 우리는? "주말에도 대시보드 봤어." "CPA 떨어졌더라." 이게 우리 일상이다. 숫자가 일상. 약자가 언어. 슬픈가. 근데 어쩌겠어. 이미 이렇게 됐는걸.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녁 8시. 퇴근 준비. 신입이 물었다. "선배님, 저 이상한가요?" 나. "왜?" 신입. "친구들이 제가 하는 말 이해 못 한대요. 제가 이상하게 말하는 것 같대요." 웃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정상이야. 우리가 특수하게 말하는 거지." 신입. "근데 선배님은 언제부터 이렇게 말했어요?" 나. "2년차부터. 어느 순간 자동으로." 생각해보니 맞다. 2년차 어느 날부터. 숫자가 먼저 나왔다. 한국어보다. "CPA 얼마야?" 가 "상황 어때?"보다 빨랐다. "ROAS 확인했어?" 가 "잘 되고 있어?"보다 정확했다. 신입. "저도 그렇게 될까요?" 나. "응. 1년만 있으면." 단언했다. 확신했다. 이게 이 업계 언어니까. 퇴근했다. 지하철 탔다. 옆에 두 사람 대화. "오늘 회의 어땠어?" "괜찮았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괜찮았다가 뭐야. 구체적으로.' 중독됐다. 숫자에. 구체적인 것에. 애매한 표현을 못 견딘다. "괜찮았어"보다 "목표 달성률 90%"가 낫다. "잘 됐어"보다 "전월 대비 120%"가 정확하다. 이게 에이전시가 만든 나다. 숫자로 생각하는 사람. 집 도착했다. 문 열었다. 자동으로 생각했다. '오늘 업무 달성률 85%. 내일 목표 3건. 예상 소요 시간 6시간.' 일상도 KPI로 생각한다. 무서운 거다. 근데 편하다. 결국 우리만의 언어 금요일 저녁. 회식 2차. 다들 취했다. 그래도 하는 얘기. "이번 분기 CPA 평균 얼마 나왔어?" "ROAS는 목표 달성했어?" "다음 분기 예산 얼마야?" 술 먹어도 숫자. 취해도 마케팅 용어. 과장이 말했다. "우리 진짜 병신들이다." 다들 웃었다. 맞는 말이니까. "일반 사람들은 우리 말 이해 못 해." "우리끼리만 통해." "근데 이게 편해." 맞다. 이게 편하다. 우리만의 언어. 우리만의 세계. 외부 사람한테 설명하기 귀찮다. CPA가 뭔지. ROAS가 뭔지. 같은 업계 사람 만나면 편하다. "ROAS 어때?" 하면 끝이다. 신입이 물었다. "저는 언제쯤 선배님들처럼 될까요?" 팀장. "곧 돼. 어쩔 수 없어." 안타깝지만 맞다. 여기 있으면 자동으로 된다. 숫자로 말하고. 약자로 생각하고. 대시보드를 일상처럼 확인하는 사람. 이게 에이전시 문화다. 이게 우리 언어다.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이미 이렇게 됐다.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이제 CPA, ROAS, CTR 없이 설명 못 한다. 숫자 없으면 불안하다. 구체적이지 않으면 답답하다. 이게 5년차 에이전시 AE의 현실이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근데 뭐 어쩌겠어. 월요일 되면 또 출근한다. 그리고 또 물어본다. "오늘 CPA 어때?"결국 마케팅 용어는 우리의 제2언어가 됐다. 아니, 제1언어인지도.
- 05 Dec, 2025
경쟁사 광고를 봤다, 캡처한다, 보낸다 - AE의 주말
경쟁사 광고를 봤다, 캡처한다, 보낸다 - AE의 주말 토요일 오전 11시, 카페 친구가 늦는다고 문자 왔다. 혼자 앉아서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신다. 인스타그램 켠다. 피드 스크롤하다가 멈췄다. 광고주 경쟁사 광고다. 자동으로 캡처했다."신제품 프로모션인가." 소재 확대해서 본다. 배너 카피 메모한다. "첫 구매 20% 할인". 우리는 15%였다. 댓글 확인한다. 반응 괜찮다. '좋아요' 3800개. 댓글 120개. 우리 캠페인은 2200개였다. 노트 앱 켠다.경쟁사 A / 인스타 피드 광고 소재: 제품 단독컷 + 할인율 강조 카피: 직관적, 혜택 중심 반응: 우리보다 약 1.7배저장했다. 친구 왔다. "뭐해?" "아무것도." 폰 뒤집어 놓는다. 그런데 머릿속은 그 광고다. 할인율을 올려야 하나. 소재를 저렇게 심플하게 가야 하나. 친구 말이 안 들린다. "야, 너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거짓말이다. 영화관 대기줄, 오후 3시 팝콘 사려고 줄 선다. 앞에 10명 정도다. 또 폰 꺼낸다. 유튜브 앱 켠다. 쇼츠 들어간다. 세 번째 영상에 광고 나온다.또 경쟁사다. 이번엔 다른 광고주 꺼다. 6초짜리 범퍼 광고. 캡처할 수 없다. 화면 녹화 시작한다. 광고 끝났다. 다시 돌린다. 프레임 하나하나 본다.첫 2초: 후킹 카피 중간 2초: 제품 시연 마지막 2초: CTA우리 영상은 8초인데. 6초로 줄여도 되는 거 아닌가. 광고비 30% 아낄 수 있다. 슬랙 켠다. 미디어플래너한테 보낸다. "이거 보세요. 경쟁사 범퍼 광고 효율 좋을 것 같은데." 토요일인데 보냈다. 답 안 온다. 당연하다. 주말이니까. 나도 일하는 건 아니다. 그냥 본 거다. 거짓말이다. 이게 일이다. 팝콘 받았다. 영화관 들어간다. 본편 시작 전 광고 또 나온다. 또 본다. 습관이다. 저녁 약속, 7시 남자친구 만났다. 홍대 맛집이래서 왔다. 웨이팅 30분이다. 대기 중에 또 폰 본다. 페이스북 켠다. 피드 광고 3개 지나간다. 하나 캡처했다. 광고주는 아니고 같은 카테고리다. 소재가 신선하다. "또 일해?" 남자친구가 말한다. "아니, 그냥 봤어." "주말인데." "응, 알아." 알지만 못 멈춘다. 경쟁사 광고가 눈에 들어오면 자동이다. 캡처 - 분석 - 메모 - 공유. 습관화됐다. 직업병이다."너 진짜 쉬는 날이 없네." 남자친구 말이 맞다. 쉬는 날이 없다. 마음이 안 쉰다. 몸은 카페에 있어도 머리는 캠페인이다. 영화 보는데 광고 분석한다. "미안, 안 볼게." 폰 가방에 넣는다. 5분 버텼다. 진동 왔다. 광고주다. "다음 주 예산 추가 가능할까요?" 주말인데 연락 온다. 대리가 받아야 한다. 답장 쓴다. "검토해보고 월요일에 말씀드릴게요." 보냈다. 남자친구가 한숨 쉰다. "야, 너 번아웃 온다." "아직 괜찮아." 거짓말이다. 벌써 왔다. 집 침대, 밤 11시 하루 끝났다. 침대에 누웠다. 피곤한데 잠이 안 온다. 폰 켠다. 캡처 폴더 연다. 오늘 저장한 광고 7개다. 하나씩 다시 본다.인스타 피드 광고 3개 유튜브 범퍼 광고 1개 페이스북 동영상 광고 2개 네이버 DA 배너 1개정리한다. 노션에 표 만든다. 광고주별, 매체별, 소재 유형별. 월요일에 팀 회의 때 공유할 거다. "주말에 경쟁사 모니터링 좀 했는데요." 이렇게 말할 거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KPI에도 없다. 그냥 한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 안 하면 불안하다. 경쟁사가 뭐 하는지 모르는 게 싫다. 우리 광고주가 지는 게 싫다. ROAS 지는 게 싫다. 다음 미팅에서 "경쟁사는 이렇게 하던데요" 듣는 게 싫다. 그래서 먼저 본다. 먼저 캡처한다. 먼저 분석한다. 에이전시 AE가 이렇다. 쉬어도 안 쉰다. 머리가 항상 켜져 있다. 폰 끈다. 잠들려고 한다. 근데 생각난다. 내일 일요일인데 카페 갈까. 노트북 가져가서 리포트 좀 만들까. 월요일 아침이 편할 거다. 거짓말이다. 월요일은 또 바쁘다. 일요일 오후, 카페 또 왔다 결국 나왔다. 노트북 켰다. 리포트 연다. 주간 성과 정리한다.광고주 A: CPA 15% 개선 광고주 B: ROAS 120% 유지 광고주 C: 예산 소진율 95%숫자 보면 마음이 편하다. 잘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그런데 또 불안하다. 다음 주는 어떻게 될까. 경쟁사는 뭐 준비하고 있을까. 인스타 켠다. 또 광고 본다. 또 캡처한다. 친구한테 문자 왔다. "너 오늘 뭐 해?" "카페에서 쉬어." 거짓말이다. 일한다. "주말인데 집에서 쉬지." "응, 나중에 들어갈게." 안 들어간다. 해질 때까지 있을 거다. AE가 이렇다. 주말도 일한다. 근무시간이 따로 없다. 경쟁사 광고가 올라오는 시간이 근무시간이다. 24시간이다. 365일이다. 이게 맞나 싶다 가끔 생각한다. 이게 맞는 삶인가. 주말에 카페 와서 광고 캡처하고. 영화 보다가 경쟁사 분석하고. 친구 만나도 폰 보고. 번아웃 온 것 같다. 아니, 벌써 왔다. 그런데 못 멈춘다. 이게 습관이 됐다. 이게 정체성이 됐다. "나는 에이전시 AE다." "경쟁사 모니터링은 기본이다." "쉬는 날에도 일한다." 자랑은 아니다. 자랑할 것도 아니다. 그냥 현실이다. 에이전시가 이렇다. 동기들도 다 그렇다. 주말에 슬랙 켠다. 새벽에 대시보드 본다. "우리 미쳤나?" 단톡방에 물었다. "ㅇㅇ 미쳤음" "근데 안 하면 불안함" "월요일에 광고주가 물어보면?" 다들 안다. 이게 이상한 거. 그런데 못 고친다. 이게 에이전시 생존법이니까. 5년 차가 이렇다. 10년 차는 어떨까. 상상이 안 된다. 이직해야 하나. 인하우스 가야 하나. 거기는 주말에 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캡처한다. 경쟁사 광고 또 올라왔다. 또 본다. 또 저장한다.일요일 저녁 7시. 카페 나왔다. 캡처 폴더에 광고 12개 더 들어갔다.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거짓말이다. 월요일이 무섭다.
- 04 Dec, 2025
디자이너와 미디어플래너, 일정 조율의 악몽
오전 10시, 슬랙 폭탄 출근하자마자 슬랙 DM 7개. 광고주 김팀장: "소재 금요일까지 가능할까요?" 디자이너 수진님: "이번 주는 불가능해요." 미디어플래너 준호님: "세팅은 언제 들어오나요?" 화요일 아침이다. 금요일까지 3일. 커피 마시기 전에 이미 머리 아프다.광고주는 "빨리"를 입에 달고 산다. 디자이너는 "시간이 필요해요"가 주특기다. 미디어플래너는 "소재 먼저 주세요"만 반복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줄다리기한다. AE의 일상이다. 디자이너의 시간표 수진님 책상으로 갔다. "수진님, 금요일까지 가능할까요?" "지금 손에 있는 게 4건이에요." "..." "월요일 오전이면 드릴게요." 월요일 오전. 광고주는 금요일이래. "금요일 오후 6시는요?" "5시까지는 드릴게요." 협상 타결.디자이너한테 무리한 일정 부탁하는 거 미안하다. 진짜로. 수진님은 밤 11시까지 남아서 작업한다. 나도 안다. 근데 광고주는 모른다. "AE님이 일정 관리를 해주셔야죠." 내가 뭘 어떻게 관리해. 시간을 만들어낼 순 없다. 미디어플래너의 논리 준호님한테 갔다. "금요일 5시에 소재 들어가면, 세팅 언제 가능하세요?" "월요일 라이브 목표시면, 금요일엔 받아야 해요." "5시요." "...주말에 검수해야겠네요." 또 미안하다.미디어플래너는 세팅 시간이 필요하다. 소재 들어오면 사이즈별로 올리고, 타겟 설정하고, 예산 배분하고. 최소 반나절. 금요일 5시 소재 받으면 월요일 오전 라이브는 빡빡하다. "주말에 제가 할게요." 준호님이 말했다. 고맙다. 진짜 고맙다. 근데 이게 매번이다. 광고주는 모른다 광고주 김팀장한테 전화했다. "금요일 오후 5시에 소재 드리고, 월요일 오전 라이브 목표로 갈게요." "금요일 오전은 안 되나요?" "디자이너 일정상 5시가 최선입니다." "그럼 일요일 밤에 라이브 안 되나요? 월요일 오전은 늦어요." 일요일 밤. 디자이너는 금요일까지 작업. 미디어플래너는 주말 세팅. 나는 일요일 밤 검수. "검토해볼게요." 끊었다. 광고주는 광고가 뚝딱 나온다고 생각한다. 소재 기획 2일. 디자인 3일. 피드백 수정 1일. 세팅 반나절. 검수 2시간. 최소 일주일. 근데 광고주는 "이번 주 안으로"를 달고 산다. 내부 회의, 다시 수진님, 준호님 불러서 회의했다. "일요일 밤 라이브 가능할까요?" "..." "..." 둘 다 말이 없다. "제가 일요일에 사무실 나올게요. 검수는 제가 하고, 준호님은 세팅만 부탁드려요." 준호님이 고개 끄덕였다. "수진님, 금요일 5시 꼭 부탁드려요." "최선을 다할게요." 최선을 다한다는 건, 금요일 밤샐 수도 있다는 뜻이다. 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왔다. 슬랙에 수진님 메시지. "고생 많으시네요. 화이팅이에요." 울 것 같다. 금요일 오후 5시 30분 수진님이 소재 슬랙에 올렸다. 30분 늦었다. 근데 괜찮다. 파일 다운받아서 확인했다. 배너 6종. 영상 3종. 퀄리티 좋다. 역시 수진님. 광고주한테 전송했다. "소재 전달드립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30분 뒤 답장. "CTA 버튼 색상 변경 가능할까요?" ... "네, 확인하겠습니다." 수진님한테 DM 보냈다. "퇴근하셨나요...?" "아직이요. 뭐 필요하세요?" CTA 버튼 색상 수정 요청 전달했다. "20분 드릴게요." 금요일 저녁 6시. 수진님은 원래 6시 퇴근이다. 일요일 오후 2시, 사무실 사무실 나왔다. 아무도 없다. 컴퓨터 켰다. 소재 최종본 확인했다. 준호님한테 전달했다. "세팅 시작할게요." 나는 커피 내려 마시면서 대시보드 켰다. 경쟁사 광고 돌아가는 거 체크했다. 오후 4시쯤 준호님 도착했다. "시작할게요." "고생하십니다." 준호님은 이어폰 끼고 세팅 들어갔다. 나는 리포트 작업했다. 일요일 오후. 둘이서 사무실. 에이전시 일상이다. 일요일 밤 10시, 라이브 "라이브 완료했습니다." 준호님 메시지. 대시보드 확인했다. 광고 정상 노출. 예산 소진 시작. "고생하셨어요. 내일 아침 출근 늦게 하세요." "괜찮아요. 정상 출근할게요." 광고주한테 메시지 보냈다. "라이브 완료되었습니다." 답장은 다음날 오전에 왔다.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우리가 했다. 월요일 오전, 출근 수진님이랑 준호님 출근했다. "주말 고생하셨어요." 준호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 캠페인 일정은 언제예요?" 아. 다음 캠페인. 광고주 이팀장이 어제 메시지 보냈다. "신규 캠페인 이번 주 금요일 라이브 가능할까요?" 오늘이 월요일. 금요일까지 4일. "회의 잡을게요." 슬랙 열었다. 또 시작이다. AE의 숙명 일정 조율이 AE 업무의 60%다. 광고주 설득 20%. 내부 팀 조율 40%. 나머지 40%가 실제 기획이고 전략이다. 근데 광고주는 일정 조율을 '일'로 안 친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당연하다. 근데 쉽지 않다. 디자이너는 창작 시간이 필요하다. 미디어플래너는 세팅 시간이 필요하다. 광고주는 빠른 결과가 필요하다. 다 맞는 말이다. 근데 시간은 하나다. 그 시간을 쪼개서 맞추는 게 AE 일이다. 이번 주도 화요일 오전. 광고주 3개. 진행 캠페인 5개. 신규 캠페인 2개. 디자이너 2명. 미디어플래너 2명. 일정표 펼쳤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12개. 데드라인이다. 슬랙 열었다. "이번 주 일정 공유드립니다." 메시지 보냈다. 답장 기다린다. 또 조율이 시작된다.금요일까지 4일. 소재 3일. 세팅 하루. 시간은 모자란다. 매번.
- 03 Dec, 2025
광고주 담당자가 바뀌었다, 다시 시작이다
또 바뀌었다 화요일 아침 9시 반. 슬랙 알림. "안녕하세요, 이번에 OO팀 담당하게 된 김민수입니다." 커피 한 모금 넘기다가 목이 막혔다. 세 번째다. 올해만. B사 담당자가 또 바뀐 거다. 전임자랑 6개월 일했다. 이제 좀 편해졌는데. CPA 목표도 합의했고, 리포트 양식도 맞췄고.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였다. 이제 다시 처음부터다. 전화 왔다. 신임 담당자. "이번 주 중으로 미팅 가능하신가요?" 가능하죠. 당연히 가능하죠. 끊고 나서 한숨 나왔다. 온보딩 자료 다시 만들어야 한다.신뢰는 0부터 목요일 오후 3시. 광고주 사무실. 신임 담당자 앞에 앉았다. "현재 진행 중인 캠페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준비해 간 자료 펼쳤다.지난 6개월 성과 트렌드 월별 예산 소진율 채널별 ROAS 개선 히스토리30분 설명했다. "아, 네. 검토해볼게요." 표정이 안 읽힌다. 믿는 건지 의심하는 건지. 당연하다.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전임자한테는 안 보내도 되던 데일리 리포트. 이 사람한테는 다 보내야 한다. "경쟁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예산 증액하면 ROAS 유지 가능한가요?" "왜 CPC가 오른 건가요?" 대답했다. 하나하나. 설명했다. 자세하게. 미팅 끝나고 나왔다. 2시간 걸렸다. 사무실 돌아와서 동기한테 말했다. "담당자 또 바뀌었어." "헐. 몇 번째야?" "올해만 세 번째." 동기가 웃었다. "에이전시 숙명이지 뭐."매번 증명해야 한다 신임 담당자는 뭘 봤을까.전임자가 합의한 KPI? 모른다. 6개월간 쌓은 성과? 의심스럽다. 우리 에이전시 역량? 확인 필요하다.당연하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우리가 낯선 외주업체다. 전임자는 알았다.우리가 밤새워서 캠페인 모니터링한다는 것 소재 A/B테스트 20번 돌린다는 것 예산 효율 0.1%까지 신경 쓴다는 것신임 담당자는 모른다. 증명해야 한다. 다시. 금요일. 데일리 리포트 보냈다. 토요일. 주말인데 캠페인 성과 급등. 캡처해서 카톡 보냈다. "주말 트래픽 좋습니다. 예산 증액 고려하시겠어요?" 답 없다. 월요일 오전에 답 왔다. "네, 검토하겠습니다." 검토. 그 단어가 제일 싫다. 전임자는 바로 결정했는데. 화요일. 경쟁사 광고 보고서 보냈다. 수요일. 업계 트렌드 아티클 공유했다. 목요일. 우리 캠페인 개선안 3개 제안했다. 답은 짧다. "감사합니다." "확인했습니다." 신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알지만 답답하다.그래도 방법은 있다 세 번 겪으니까 패턴이 보인다. 신임 담당자 온보딩에 필요한 것들. 첫 미팅 때 챙길 것과거 성과 아닌 현재 계획 문제점 아닌 해결책 숫자 나열 아닌 인사이트"ROAS 150% 달성했습니다" 보다 "타겟 CPA 맞추려면 예산 배분 이렇게 조정하면 됩니다" 이게 먹힌다. 초반 2주가 중요하다데일리 리포트 빠짐없이 작은 성과도 바로 공유 질문에 2시간 안에 답변귀찮다. 알지만 해야 한다. 2주 버티면 조금 편해진다. 전임자 스타일 버려야 한다 전임자는 주간 리포트만 봤다. 신임자는 데일리를 원한다. 전임자는 카톡 선호했다. 신임자는 이메일 원한다. 맞춰야 한다. 우리가. 광고주가 갑이니까. 한 달이 고비다 한 달 지나면 안다.이 사람 의사결정 스타일 어떤 데이터 중요하게 보는지 어느 정도 자율권 주는지B사 신임 담당자. 한 달 됐다. 이제 좀 보인다. 데이터 좋아한다. 숫자로 말해야 한다. 의사결정 빠르다. 제안하면 이틀 안에 답 온다. 야근 안 한다. 6시 이후 연락 안 된다. 패턴 파악됐다. 이제 맞춰서 일하면 된다. 소모전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친다. 5년 동안 담당자 10명 넘게 바꿨다. 매번 처음부터. 매번 신뢰 쌓기. 매번 증명하기. "우리 잘합니다." "믿어도 됩니다." "성과 낼 수 있습니다." 증명하는 게 일이 됐다. 정작 광고 잘 만드는 건 기본이고. 선배가 말했다. "그래도 너 잘하잖아. 적응 빠르고." 잘하는 게 아니다. 익숙한 거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동기가 물었다. "담당자 자주 바뀌는 광고주는 위험 신호 아니야?" 맞다. 그럴 수도 있다. 마케팅팀 이직률 높다는 건 조직이 불안정하다는 거다. 근데 뭐 어쩌겠나. 우리는 에이전시고. 광고주 선택권은 없다. 주어진 사람이랑 일해야 한다. C사는 2년째 담당자 안 바뀌었다. 편하다. 너무 편하다. 리포트 양식도 안 바꿨다. 미팅도 한 달에 한 번이다. 이런 광고주 하나만 있어도 숨통 트인다. 배운 것들 담당자 여러 명 겪으면서 배웠다. 사람마다 다르다숫자형 인간: 데이터만 보여줘라 스토리형 인간: 맥락 설명해라 결과형 인간: 결론부터 말해라처음 2주 안에 파악해야 한다. 전임자 욕하지 마라 신임 담당자가 물어본다. "전에는 어떻게 했나요?" 절대 전임자 탓하면 안 된다. "전 담당자분이 이해를 못 하셔서..." 이러면 신뢰 박살난다. "전임자분과는 이렇게 진행했고, 상황에 맞춰 조정 가능합니다." 이게 정답이다. 기록이 무기다 회의록 꼭 쓴다. 결정 사항 정리해서 보낸다. 담당자 바뀌면 이게 증거다. "3개월 전 회의록 보시면 이렇게 합의하셨습니다." 문서로 남겨야 한다. 너무 친해지지 마라 전임 담당자랑 친했다. 술도 마셨다. 농담도 많이 했다. 그 사람 퇴사하니까 허전했다. 일하기 싫었다. 친해지면 이별이 힘들다. 적당한 거리 유지해야 한다. 프로페셔널하게. 친근하되 선 넘지 않게. 배운 거다. 아프게. 이번에는 B사 신임 담당자. 두 달 됐다. 어제 미팅에서 말했다. "이번 캠페인 성과 좋네요. 대리님 덕분에 안심하고 일합니다." 그 말 듣고 좀 풀렸다. 두 달간 쌓은 신뢰다.빠짐없는 리포트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 작은 약속도 지키기드디어 믿어주는 거다. 근데 알고 있다. 이 사람도 언젠가 바뀐다. 6개월 후일 수도 있고 1년 후일 수도 있고. 그럼 또 처음부터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그렇게 힘들면 왜 에이전시 다녀?" 대답 못 했다. 좋아서? 아니다. 익숙해서? 맞다. 5년 했으니까. 다른 거 할 줄 모르니까. 그냥 하는 거다.담당자는 바뀌어도 캠페인은 계속된다. 나도 계속 적응한다. 이게 내 일이니까.
- 03 Dec, 2025
월요일 아침 9시 30분, 금요일 리포트를 본 순간 기분 나빠지는 이유
월요일 9시 30분 출근했다. 커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주말 잘 쉬었다. 기분 괜찮았다. 모니터 켰다. 슬랙 알림 37개. 일단 무시. 구글 애널리틱스부터 열었다. 금요일 리포트. 자동으로 떠 있다. 주말 동안 쌓인 데이터. CPA 목표 15,000원. 실제 23,400원. 아, 망했다.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ROAS 목표 450%. 금요일 데이터 287%. 주말 캠페인 예산 소진율 98%. 그런데 전환은 목표 대비 64%. 계산기 두드렸다. 광고비 650만원 썼다. 매출 1,870만원 나왔다. 나쁘지 않다고? 아니다. 광고주 목표는 3,000만원이었다. 월요일 11시 미팅 있다. "지난주 성과 공유드리겠습니다" 뭐라고 설명하지.금요일의 나는 낙관적이었다 금요일 저녁 6시. 캠페인 돌렸다. 세팅 완벽했다. 타겟 정확했다. 소재 괜찮았다. "주말 전환 잘 나올 거야" 동료한테 말했다. "이번엔 좀 되는 것 같아" 금요일의 나는 멍청했다. 주말 광고비는 평일의 70% 썼다. 그런데 전환은 40%밖에 안 나왔다. 토요일은 그나마 나았다. 일요일이 문제였다. 일요일 CPA 31,200원. 목표의 두 배. 왜 일요일은 항상 이럴까. 사람들 쇼핑 안 하나. 아니면 우리 광고가 문제인가.11시 미팅 준비 PPT 켰다. 템플릿 열었다. 매주 쓰는 거. "지난주 캠페인 성과 리포트" 첫 페이지에 뭘 써야 하나. 좋은 소식부터? 없다. 나쁜 소식 먼저? 더 우울하다. "주요 지표 요약"으로 시작했다.광고비 집행: 650만원 (목표 대비 98%) ROAS: 287% (목표 450% 대비 64% 달성) CPA: 23,400원 (목표 15,000원 대비 156%)빨간색 화살표 세 개. 다 아래로 향한다. "개선 방향"을 써야 한다. 매번 쓴다. 매번 똑같다.타겟 세분화 재검토 소재 A/B 테스트 강화 입찰 전략 조정이번 주도 이걸 쓸 거다. 다음 주도 쓸 것 같다. 광고주는 이해 못 한다 광고주 담당자 생각했다. 마케팅팀 과장님. "CPA가 왜 이렇게 올랐어요?" 설명할 거다. 주말 경쟁 강도 높아졌다고. 입찰가 올려야 노출된다고. 소재 피로도 쌓였다고. 들어줄까. "예산은 그대로인데 성과는 왜 안 나와요?" 이 질문이 제일 답 없다. 예산 그대로면 성과도 그대로다. 아니면 더 떨어진다. 시장은 계속 경쟁 심해진다. "다른 에이전시는 ROAS 500% 나온댔는데요" 이 말 나오면 끝이다. 그 에이전시 데이터 안 믿는다. 아니면 업종이 다르다. 아니면 측정 방식이 다르다. 설명해도 소용없다. 숫자만 본다. 내부 회의는 더 피곤하다 10시. 내부 주간 회의. AE팀 전체 모였다. 팀장이 물었다. "지난주 성과 어땠어요?" 다들 침묵. 나부터 말했다. "A광고주 ROAS 목표 미달했습니다" 팀장 표정 굳었다. "원인이 뭐예요?" "주말 전환율이 낮았습니다" "그럼 주말 예산 줄였어야죠" 금요일엔 몰랐다. 월요일에야 안다. 데이터는 항상 늦는다. 옆자리 동기 차례. "B광고주 CPA 30% 개선했습니다" 분위기 바뀐다. 팀장 웃는다. "어떻게 했어요?" "타겟 좁히고 입찰가 올렸습니다" 나도 그거 했다. 우리는 망했고 동기는 성공했다. 차이가 뭘까. 운일까. 광고주 업종일까. 모르겠다. 리포트는 월요일을 결정한다 월요일 기분은 리포트가 결정한다. 출근길은 괜찮았다. 커피도 맛있었다. 리포트 보는 순간 끝난다. 빨간 숫자 보면 한 주가 무겁다. 미팅 준비하면서 우울하다. 변명 만들면서 자책한다. "내가 뭘 놓쳤을까" "금요일에 뭘 더 체크했어야 했나" 파란 숫자 보면 다르다. 한 주가 가볍다. 미팅 기대된다. 칭찬받을 생각에 기분 좋다. 똑같은 월요일 9시 30분. 숫자 하나로 달라진다. 이번 주는 달라질까 미팅 끝났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광고주 과장님 말했다. "이번 주는 좀 잡아봐요" "네, 타겟 조정하고 소재 교체하겠습니다" 똑같은 대답이다. 매주 한다. 사무실 돌아왔다. 미디어플래너 불렀다. "이번 주 캠페인 세팅 다시 보자" "뭐 바꿀 건데?" "일단 주말 예산 30% 줄이고" "평일 낮 시간대 집중하고" "소재 3개 새로 만들어줘" 플래너 한숨 쉰다. "또?" "응, 또" 이번 주도 비슷할 것 같다. 다음 월요일 9시 30분. 또 리포트 볼 거다. 그때도 기분 나쁠까. 아니면 이번엔 다를까.월요일은 리포트가 결정한다. 나머지는 그냥 따라간다.